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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이라고 하면 고기가 생각나는 성동구 마장동이지만, '마장호수'라고 하면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를 말한다. 마장저수지라고 하는 것이 원래 명칭이지만, 파주시가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마장호수라는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2018년 큰돈을 들여 이곳 일대 산책로를 비롯, 출렁다리까지 개발에 나서면서 파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마장호수는 파주시와 양주시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광탄면 기산리와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에 위치해 있지만, 호수의 거의 대부분은 파주시에 있으며, 오른쪽 끝부분 일부가 양주시에 속해 있다. 자연은 사람이 무 자르듯 그렇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호수 대부분이 파주시에 있다 보니 파주시의 관광명소가 맞다.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내일은 나들이를 하자고 약속을 하고 광릉수목원(국립수목원)을 갈 계획으로 이리저리 알아보다,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랴부랴 홈페이지를 찾았더니 이미 주말 예약은 가득 차서 당장 내일 방문은 불가했다. 그래서 지도 이곳저곳을 찾다 오랜만에 파주 벽초지수목원을 다시 가볼까 하며 토요일을 맞았다.

가을 좀 잡아줘, 파주 광탄 벽초지 문화수목원에서 (cusee.net)

 

가을 좀 잡아줘, 파주 광탄 벽초지 문화수목원에서

여행이란 갑자기 일어나는 이벤트여야 더 재미있다. 기대하지 않고 휴일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 고민하다가 사진촬영 전문가 형님과 함께 갑작스럽게 떠난 출사 여행지, 경기도 파주시 광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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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이 되자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이 더운 날씨에 이미 몇 번 가본 수목원을 다시 간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1인당 9천원이라는 적지 않은 입장료도 괜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성인 3명이 가면 스테이크 1인분 비용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그럼 호수로 가보자라는 결정을 내리고, 벽초지수목원 근처 마장호수를 발견한 것이다.

마장호수를 찾는 길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시국이 아니라면 주말에는 가는 길 좀 막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명에서 가려면 고양을 지나 파주로 향하는 길인데, 도시의 정비된 길을 가다 산을 넘는 1차선 도로를 만나니 괜히 나섰나 하는 후회마저 들었다. 하지만, 깔끔히 정비된 호수와 둘러싼 산세를 보고는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원래 마장호수가 농업용수를 가두는 저수지를 관광 상품화한 것이라,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특수목적의 저수지다. 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2000년에 만든 저수지는 2018년 파주시에 의해 개발되어 물과 산이 함께 하는 관광지로 변하게 되었다. 

낚시를 금지시키고, 저수지 주변을 정비하고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호수 둘레길을 걸으며 휴식을 취하는 테마관광지로 바꾼 것이다. 또한 국내에선 가장 긴 마장호수 출렁다리는 이곳의 명물이다. 길이 220m, 폭 1.5m로 양방향 교행이 가능한 보행 전용 다리는 시원함과 짜릿함을 같이 느낄 수 있다. 바람 부는 날이 아니어도 사람들의 보행에 의해 충분히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멀미날 정도는 아니지만...

차를 가지고 찾을 수 밖에 없는 이곳은 버스가 다니기도 하지만, 승용차가 편하다. 주차장은 호수 남쪽 길 중간중간에 46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주차장들이 길 좌우로 포진해 있다. 또한 캠핑장도 중간에 하나 있고, 동쪽 양주 쪽 방향에는 캠핑장 몇 개가 더 있다고 한다.

남쪽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출렁다리는 호수 건너로 이어져 왼쪽 호수 둘레길을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었고, 산책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만 길이 만들어져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오른쪽 산책로도 보여 이어지는 줄 알았지만, 아직 연결이 안 되어 있고, 작업이 남은 구간이 있다고 한다. 올해 세금을 들여 산책로 작업을 한다니 머지않아 양쪽으로 산책길이 이어질 것 같다.

왼쪽 저수지 물막이 방뚝으로 걸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초입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상들이 전해 온 절기는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젯밤 불어오는 찬 바람을 느끼며 선풍기를 끄고 잤는데, 햇살 뜨거운 오늘 공기는 더웠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냉기가 좀 느껴졌다.

저 멀리 출렁다리와 전망대 끝부분이 보이고 그 앞쪽으로는 수상자전거들이 보인다. 한 여름이 이렇게 지나가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뚝길로 접어들자 곧게 뻗은 방뚝길 오른쪽 아래는 마치 댐의 수문과 함께 보이는 높이의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시원함이 느껴지지만 땀이 등과 겨드랑이에 계속 맺히는 상태여서 감히 내려가 보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다음에 다시 오면 갈 수 있겠지.

다시 주차하고 내려가서 산책을 시작했던 장소도 돌아왔다. 주차장은 여러 곳에 있었고, 전망대와 가까운 주차장이 가장 먼저 만차로 차를 돌려야 했고, 그 전 새로 정비된 주차장에는 자리가 많았다. 잘 찾아보면 호수가 근처로 몇 대씩 주차할 수 있는 곳들이 있는데, 이곳은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주차 관제가 되는 곳은 시간에 관계없이 승용차는 일일 2,000원이다.

여름의 끝. 아니 가을 초입에 처음 찾은 마장호수는 또 다른 휴식을 주는 곳임을 알았다. 다음에는 더 편안한 마음과 여유를 가지고 찾아야겠다. 다음번엔 동쪽 양주지역 쪽으로 내려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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