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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섬 속의 섬이 몇 개 있다. 우선 제주보다는 전남 완도에서 더 가까운 추자도가 있고, 섬의 오른쪽 성산포에서 가까운 백패커의 성지 우도, 서북쪽엔 한림 협재 앞바다의 비양도, 그리고 남서쪽 가파도와 최남단 마라도도 있다. 이 중 여행지로 인기 있는 곳은 우도와 마라도일 것이다.

가파도는 대정읍 상모리에서 가까운, 마라도보다 제주에서 가까운 섬이다. 대정읍 운진항에서 하루 7편(7월 기준)의 여객선이 오가며, 섬까지 운항시간은 12~14분 정도 걸린다. 송악산 둘레길에서도 잘 보이는데, 고도가 최대 20미터밖에 되지 않아 섬 자체는 낮고 그리 크지 않다. 동서 1.3Km, 남북 1.4Km로 가오리 모양이다. 가오리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 가파포구(하동)이다.

출처 : (주)아름다운섬나라 마라도 가파도 정기여객선 리플렛

섬은 아래 위로 두 개의 동네가 있는데, 각각 상동과 하동, 위, 아래 동네로 구분된다는 이야기. 섬 전체를 둘러보는 올레길은 도보로 약 1시간 거리(4.2Km)다. 마음 급한 사람은 그냥 상동포구에서 가파포구(하동)으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하면 25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다. 그래도 마라도 보다는 크다.

 

가파도 가는 방법

가파도에 가려면 운진항 '가파도 마라도 정기여객선 터미널'로 가야 한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한다면 자가용으로 45분 정도이며, 넉넉하게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버스는 공항에서 151번 또는 152번을 타면 운진항까지 1시간 20분이면 간다. 요금은 3천 원.

운진항-가파도 운항시간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편이지만, 오전 9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오후 입도하면 왕복(운진항으로 돌아오기)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알아보고 가야 한다. 통상 숙박하지 않는 왕복의 경우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를 잡으면 가파도 여행은 여유가 있을 것이다.

참고로 운진항에서 가파도 상동포구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4Km. 하모리 해변가에서 상동포구까지 약 2Km. 가파도항에서 마라도 북단까지 약 4.5Km다.

운임은 왕복 기준 성인 1인 13,100원에 해상공원 입장료 1,000원이다. 왕복으로 하면 1인 총 14,100원이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매하면 1,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주민이거나 숙박을 잡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왕복이고, 여객 터미널에서 왕복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승선 10분 전 마감이니 그전에는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그 전에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가지고 타야 한다. 승선 전에 신분증과 승선티켓을 확인한다.

타고 가는 정기여객선은 (주)아름다운섬나라의 블루레이(푸른 가오리?)호다. 코로나19로 방역수칙이 강화되다 보니, 마스크 착용과 객실 내 취식을 금지한다는 경고를 여러 번 듣는다. 가파도 가는 여객선만의 재밌는 콘텐츠 하나. 배가 출발하고 안내방송이 이어지며 마지막에 최백호의 '가파도'라는 방송 클립을 보여준다.

가수 최백호 씨가 가파도를 다녀와서 만든 노래인데, 지금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2019년 KBS제주에서 방송된 이 영상은 최백호씨가 직접 가파도 노래를 소개하며, 여객선에서 들려줄 것이라고 하는 멘트도 있는데, 정말 그렇게 방송분을 보여준다. 어려운 노래가 아니라 금방 리듬을 익히게 된다. 섬에 내려서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게 만드는...

목 : 가파도 (작사 작곡 : 최백호)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 (못 가봤다니까)
청보리밭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떠올라 눈물이 나지
하동포구에 바람이 자고, 파도 넘어 한라산에 노을이 들면
바다로 나간 정든 얼굴들 올레길 따라 돌아오겠지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소라 전복 먹었어? (못 가봤다니까)
휘돌아 치는 거친 파도는 수평선이 가만가만 다독여주고
밤이 내리면 별들이 모여 우리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지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 (못 가봤다니까)
청보리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나두야 구름 따라 흘러간다네
가파도 가봤어?

YouTube (11:17부터) : https://youtu.be/HOyNht_KlME

 

가파도 둘러보기

상동포구에 내리면 두 개의 풍경을 마주한다. 선착장에서 섬으로 보이는 풍경과 북쪽 바다 건너 송악산과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이고 모슬봉도 보인다. 찾아간 날은 장마 기간이어서 저 멀리 한라산은 구름 속에 숨었다. 포구 마당은 넓고 깔끔했다. 별도의 여객선 대합실 건물이 있고, 처음 마주하는 건물은 가게들이다. 

카페와 마트, 유명 관광지에 있는 그대로다. 그리고 음식점. 가파도에 가면 해물짬뽕이나 정식을 먹으라는 제주 사는 가족의 추천이 있었는데, 역시나 방파제 쪽에 보이는 광고판은 가게와 전화번호, 그리고 전화하면 차량으로 픽업하겠다는 안내가 있다. 이날 우리 가족은 가파포구 앞에 있는 가게에서 해물짬뽕을 먹었다.

가파도는 제주 올레길 10-1코스가 있다. 섬 전체 해안길만 도는 코스가 아니라 하동의 풍력발전기 근처까지 갔다 동쪽 해안길을 걸어 가파포구로 이어지는 길이다. 여기서 끝나면 상동으로 가로질러 가는 중앙길을 따라가면 된다. 도보길 모양으로만 보면 무한대(∞) 기호와 같다. 정말 가오리 모양처럼 생겼다.

상동포구 근처에는 할망당도 보인다. 민간신앙에서 비롯된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주여자들의 제사시설이다. 가파포구(하당)에도 하나 더 있다. 제주 고유의 돌담도 많다. 집 사이 모든 경계는 돌담으로 되어 있고, 마을도로와 밭 사이에도 돌담이 이어졌다.

가파도는 2012년 9월 '탄소제로섬'으로 거듭나면서 태양광,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섬이 되었다. 마을 곳곳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장마철에는 가동률이 떨어져서 섬 중앙에 있는 발전설비에서 디젤로 발전을 한다. 우리가 방문한 이날도 풍력발전기는 멈춰 있었고, 섬 중앙의 발전소에서 발전을 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조용하던 섬마을은 발전기 소리로 요란했다. 섬에서 돌아다니는 작은 승용차들은 모두 전기차였다.

가파도는 청보리가 유명한데, 3월에서 5월에 볼 수 있고, 지금은 휴경을 하거나 다른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이곳이 청보리밭이었는지는 몰라도 당근이 자라고 있었는데, 온통 푸른색의 물결이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그냥 걷다가 돌담에 잠시 앉아서 쉬어도 좋을 그런 풍경이 펼쳐진다.

북쪽 방향으로 송악산, 산방산이 보인다
남쪽 방향으로 마라도가 보인다

올레길 코스가 아닌 중앙길(상동포구에서 가파포구로 가는 마을 중앙길)로 가면 섬 중앙 오른쪽에 언덕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소망전망대라고 해서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해발 20.5M 정도 되는 곳인데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만큼 가파도는 섬 자체가 낮은 그런 섬이다. 소망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몽골식 건물인 게르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건 뭔지 잘 모르겠다. 성황당이나 창고 같기도 하고...

북쪽으로 보면 상동포구와 마을이 보이고, 저 멀리 송악산, 산방산, 모슬봉이 보인다. 날이 좋았으면 한라산도 보였을 것이다. 또한 봄이었으면 푸른색으로 넘실거리는 청보리 파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쪽으로는 송악산 거리만큼 마라도가 보이고, 그 앞으로는 큰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이쪽도 청보리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소망전망대에서 섬 중앙 쪽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통신용 안테나가 보이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섬의 가장 중앙일 것이다. 오른쪽에 가파초등학교 운동장의 태극기가 보인다.

섬의 남서쪽에는 2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서 있다. 제주에는 이렇게 풍력발전 설비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요즘 제주에는 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한전에서 구입할 수 있는 용량을 넘겨 발전사업자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생에너지는 발전 전기의 수급 불균형과 발전판매 수익의 문제가 확산의 걸림돌 같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오니 마라도가 지척에 있다. 보리밭 사이에는 작은 개울이 나 있고, 온통 잡초로 무성하다. 청보리가 수확된 이후 땅들은 모두 잡초로 덮여 있다. 누가 이곳까지 와서 농사를 지을까? 동네 사람들이라 해도 수확 이후의 또 다른 농사는 힘들 거 같다. 그늘 하나 없는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고역일 것이다.

소망전망대를 지나 가파포구로 가는 길엔 교회도 하나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중앙길을 만날 수 있다. 일명 가파도 벽화마을길을 만나는데,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 전기차가 왕래하거나 자전거가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짬뽕을 먹은 곳이다. 가파포구(하동) 바로 앞 언덕에 위치해 있고, 해물짜장과 해물짬뽕이 유명하다. 우린 해물짬뽕을 먹었는데, 가격은 한 그릇 12,000원. 소라와 게, 해초들이 들어가 있다.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국물은 시원하다. 약간의 비린 맛은 나는데 어쩔 수 없다. 이곳 말고도 해물짬뽕 가게가 몇 개 있는데, 제주사람으로부터 이 집에 가라는 추천을 받고 방문했다. 엄청 맛난 짬뽕을 기대하면 실망할 듯!

그리고 면이 싫다면 바로 가게 위에 가파도 용궁정식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여기도 강추하는 곳. 해산물 중심의 식단이 제공된다고 하는데, 다음에 들르게 되면 꼭 먹어볼 생각이다. 정식과 소라볶음밥, 해물죽, 회덮밥이 있다고 한다. 가파도에서는 소라 전복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가파포구는 아담하다. 여느 어촌마을의 포구처럼 조용하고 한가한 모습이다. 물론 방문한 시간이 장마철에 대낮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포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포구 바로 앞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카페가 하나 있다. 깔끔하고 포구 앞이라 전망도 좋다. 커피 종류와 주스, 맥주를 판매한다. 여기서 만든 청보리로 만든 맥주를 파는데, 캔포장인데도 한 캔에 8천 원, 4개에 3만 원씩이나 해서 구입은 포기. 사실 맛이 궁금하지 않다.

바로 뒤에 마을 공용 화장실이 있는데, 카페 내부에도 깔끔하게 만들어진 화장실이 있으니, 이곳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내나, 여자 친구이라면 밖의 공동화장실보다는 이곳 카페에서 볼일도 보고 커피도 한잔 사주시길. 카드도 되고 현금도 된다. 무인이지만 모두 양심에 맡기는 가게. 물론 점원이 있는 시간대도 있다고. 아마도 주말에는 있을 것 같다.

 포구 바로 옆에는 제주만의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시설이 두 개 있다. '불턱'과 '돈물깍'.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며 쉬는 곳을 말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제주만의 문화재여서 귀한 장소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우물 같은 곳이 있는데, 여기는 돈물깍이라고 하는 담수가 나는 샘이다. 바닷가라면 짠 해수가 나지만, 이곳을 비롯하여 섬 몇 군데는 짠물이 아닌 단물(돈물)이 나는 샘이 있다. 먹는 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인데,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마을 중앙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통해 식용수를 만들고 있다.

이제 다시 상동포구로 가기 위해 작은 사잇길로 나섰다. 넓은 보리밭은 잡초로 무성하고, 어떤 곳에는 강아지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해바라기도 곳곳에 보이고, 완전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온통 녹색의 바다다. 이곳이 푸른 보리가 갈대처럼 흔들린다면 장관일 것이다.

보리밭이 예쁜 길이라 붙여진 포구로 가는 올레길의 바다 쪽에는 돌담이 보이는데, '환해장성길'이라고 해서 바다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축성한 것이라고 한다. 동쪽이니 아마도 왜구들이었을 거 같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어서 초라해 보이지만, 섬 밖의 배에서 본다면 성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곳에는 침입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다.

다시 올레길을 따라 상동포구로 돌아왔다. 올 때는 몰랐던 여객선 터미널 대합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얕은 콘크리트 건물이어서 그런지 눈에 잘 안 들어왔다. 하지만, 앞 넓은 마당과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손님 몇몇이 이곳이 섬을 떠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해 줬다.

대합실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다. 가파도 출발시간이 적혀 있는데, 마지막은 16:20분이다. 모두 20분 출항인데, 운진항에서 정각에 출발, 10여분 만에 와서 다시 20분에 떠나는 거였다. 제주 운진항으로 돌아가는 분홍색 승선 티켓을 구입하는 곳이다. 왕복 티켓을 끊은 손님이라면 상관없지만, 섬주민이거나 숙박 후 돌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터미널 대합실 예매창구다.

상동포구에 여객선 들어오는 모습이다.

YouTube : https://youtu.be/bBaVnK8PScQ

넉넉하게 2시간에서 3시간을 잡으면 적당할 것 같다. 운진항 승선표 창구에서도 3시간 권장을 하는데, 우린 일찍 나오기 해서 2시간 간격으로 왕복을 택했다. 덕분에 모든 곳을 들려보지 못하고 왔는데, 아쉽다. 아쉬움을 남겨둬야 다음에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할 것이다.

돌아가는 뱃길에 유튜브를 켜서 최백호의 노래를 또 들어본다.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청보리밭 못 봤어? (못 가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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