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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갑자기 일어나는 이벤트여야 더 재미있다.

 

기대하지 않고 휴일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 고민하다가 사진촬영 전문가 형님과 함께 갑작스럽게 떠난 출사 여행지,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오랫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냥 이유 없이 따라 들어가 카메라부터 꺼냈다. 잘 단장된 수목원 이리 저리 다니며, DSLR과 아이폰으로 피사체를 담는데 시간을 보냈다. 점심도 생략하고, 급 맑아진 하늘 아래 풍부한 광량 덕분에 아이폰 사진도 예술을 만들어 냈다.

 

 

벽초지 수면은 파란 하늘과 나무 그리고 주변 풍경을 거울처럼 비쳤다. 그냥 촛점만 잘 맞으면 그 장면은 바로 쨍한 사진으로 변했다.

 

 

이 장면 하나 건네면, 가을이라는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진다. 더 없이 파란 하늘에 구름 조각, 따가운 햇살아래 서늘한 바람. 가을을 말하지 않아도 가을은 이렇게 우리를 바삐 지나간다.

 

 

벽초지 한 곳엔 희귀한 연이 보인다. 빅토리아 연은 연잎이 크다. 돛자리 방석 짜 놓은 듯 카스테라를 고이 감싸고 있는 종이처럼 희안하게도 생겼다. 이 아이는 밤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왕눈이에겐 운동장이다.

 

 

연꽃속에서 꿀벌은 제 할 일을 잊은 듯 하다. 온 몸을 비비면서 노는 것이 근무태만이다. 저래가지고 언제...

 

 

어찌된 일인지 아이폰을 지척까지 갖다대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자신이 피사체가 되어 있음을 아는 것일까?

 

 

국화 축제 중인 수목원엔 이름 모를 국화가 사나운 햇살에 풀이 죽어 있다. 사실 꽃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있어서 눈이 꽃으로 향하지 않는다. 오늘은 널 봐 줄 시간이 없다.

 

 

역사책, 미술책에서 익숙했던 중세시대 조각상들은 유럽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단체로 놀러 온 아이들 웃음소리에 넓은 정원은 시끌시끌하다.

 

 

가을이지만 분수대는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중간 중간 연과 연꽃이 분위기를 한층 더 고즈넉하게 만든다.

 

 

이름하여, 스핀스톤. 빙글 빙글 돌아간다. 마치 물에 미끄러지듯 돌아가는데 큰 덩치라 신기하게 느껴진다. 카메라는 연신 셔터음을 내면서 구(球)를 따라 다닌다.

 

 

아이들 풀어 놓기 좋은 장소가 있다. 마음껏 뛰고 소리 질러도 뭐라하지 않는다. 죄의식 없이 잔디밭을 밟아도 된다. 단, 개는 안된다. 먹는 것도 안된다. 그냥 놀면 된다. 친구들과 무리지어 셀카봉 들고 유희열, 이적, 윤상처럼 제 자리 돌면서 '벽초지 문화수목원, 벽초지 문화수목원' 외치며 방송을 따라해도 즐겁기만 하다.

 

 

손에 잡힐 듯 아쉬움 남기고 가을이 깊어간다. 내 가을 좀 잡아도(줘)...

 

*부제 : 어느 사진이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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