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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선조종 장난감은 많이도 샀고 또 고장나서 버리기도 여러 번 했다. 나 어렸을 적엔 조종이 가능한 것은 모터가 달린 (유선 조종) 탱크 정도가 아주 고급스러운 장난감이었고, 부자집 친구집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무선 장난감이 흔해졌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아들의 13번째 생일 선물은 RC카로 결정되었다. 그저 장난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RC카. Radio Control(RC)의 세계는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단 이건 장난감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비쌌다.

 

 

올해 6학년 겨울을 보내는 아들이 처음 제대로 된 RC카를 요구했을 때, 사실 난 크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나도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이제까지 여러 개의 무선조종 장난감을 사줬고, 아이에게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나도 은근히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준 무선 장난감이 헬리콥터였고, 할인점에서 6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장난감의 수명은 정말이지 1년을 넘지 않는다. 열심히 가지고 놀면 몇 달이면 뭔가가 고장이 나거나 부서지고, 오작동하고, 그렇지 않고 모셔둔다면 다음에 켜보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무선 장난감이다.

 

[관련글] RC카 입문을 위한 초보 가이드 (아빠들을 위한 가이드)

 

사준다는 약속 후 나는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장난감이 아닌 취미로서의 RC의 세계를 찾아 다녔다. 우선 차를 할 것인지, 헬리콥터, 배를 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다음 엔진, 전동으로 범위를 좁히는 과정을 거쳤다.

 

차(Car)가 우선이어서 차를 고르고, 입문자에게는 전동(모터) 차량이 낫다는 의견에 따라 그런 종류를 알아보기로 했다. 차도 종류가 많다. 우선 온로드(On Road)용이 있고, 오프로드(Off Road)용이 있다. 세단과 SUV의 차이랄까? 잘 깔린 아스팔트를 달릴 것인가, 아님 거친 비포장을 달릴 것인가 하는 선택부터 시작이었다.

 

입문용으로 온로드용도 많고, 오프로드용도 많았다. 겸용도 많은데 차종에 따라 결정이 된다. 드리프트용이 있고, 투어링카(Touring Car, 차체가 낮은 세단형), 랠리카, 속도도 빠르고 오프로드도 가능한 버기(Buggy) 스타일, 트럭 모양을 한 트러기(Truggy)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먼저 사용해본 선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종류별로 기능이 다르게 작동하여 사용자가 주로 즐기는 형태의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하비센터 매장(1)

 

하비센터 매장(2)

 

하비센터 매장(3)

 

인터넷이나 주변 지인을 통한 RC의 세계는 한정적이었다. 사실 오타쿠 지인이 없었던 것이 나를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잘 아는 전문가에게... 단, 상술보다는 진심이 더 많은 사람에게...

 

오프라인 매장 수소문은 역시나 인터넷이 중요한 수단이었다. 서울에서는 주로 3곳의 온오프라인 매장을 추천했는데, 그 중에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주력하는 곳을 찾아갔다.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하비센터(http://cafe.daum.net/hobbycenter/)’ 라는 매장이었다. ('19년 현재는 부천시 삼정동으로 이전)

 

아이와 집사람과 함께 토요일 이곳을 찾아갔다. 월, 화, 수, 금, 토요일에는 오후 5시에 오픈하고, 문을 닫는 시간은 밤 12시. 목요일, 일요일은 휴무를 한다. 처음 영업시간을 봤을 땐 의아해 했지만, 가서 물어보니 답은 금방 나왔다. 대부분 직장인이 손님이라 오전이나 낮시간엔 열어도 손님이 없단다. 즉, 고객은 직장인이며, 낮에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는 돈 많은(?) 손님인 것이다. 애들은 가라~~~ (물론 중, 고등학생, 대학생 손님도 중요하다고 한다)

 

 

매장 담당자와 상담을 했다. 예산이 얼마이고, 첫 입문자다. 어떤 것이 좋겠느냐라는 짤막한 질문이었다. RC카 입문, 예산, 예산이 중요하다. 40만원대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내놓은 제품이다. 일본 Kyosho(교쇼)라는 회사 제품을 추천했다. 무난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것도 버기카를 추천했다.

 

오래된 모델이라 검증된 제품이고, 이제 신상품이 나와야 하기에 오래된 모델을 3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도 밝혔다. 입문하기에는 무난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RC카의 성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RC카를 처음 구입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우선 RC카는 자동차 자체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자동차는 기본이고, 조종기와 배터리, 충전기 등도 중요한 패키지다. 보통 전문 RC카는 자동차 가격만 나오고 주변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하는 구성품들은 별매다.

 

입문자라 할지라도 차량 가격, 조종기 가격, 배터리, 급속충전기 등이 기본이며 이들을 포함한 가격은 생각 외로 비싸다. 나 같은 경우에도 차량 가격만 33만원, 배터리 2개에 9만원, 급속 충전기 7만원으로 49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다행하게도 구입한 차가 조종기를 포함하여 바로 사용할 수 있는 RTR 모델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RC카는 RTR, ARR, BYO(미조립 제품)로 나뉜다. RTR은 'Ready To Run'의 약자로 말 그대로 조립이 완료되어 있고, 조종기와 함께 판매하는 제품이다. 배터리만 추가 구입하면 바로 달릴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초보 입문자들에게 인기있는 형태의 제품이다.

 

ARR은 'Almost Ready To Run'의 약자로 차체조립은 완성되어 나오고, 모터변속기, 서보(조향장치), 송수신기는 따로 조립해야 하는 모델이다. 일반 자동차처럼 튜닝을 좋아하고, 부품의 성능을 기준으로 차를 꾸미려는 사람들에게 맞는 제품이다. 입문을 벗어난 준전문가 또는 전문가들이 찾는 형태의 제품이다.

 

미조립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부품의 형태로만 판매하는 패키지 제품이다. 대신 차체를 제외한 모든 주요 부품을 따로 별매해야 하는 제품이다. 차체 바디 도색을 희망하거나 각종 장치를 장착하려는 사람에게 적당한 패키지로 역시 전문가들이 즐겨 찾는 형태의 제품이다.

 

 

입문자용으로는 RTR을 권한다. 처음부터 조립하겠다는 것은 과욕에 가깝다. 또 알아둬야 할 사항은 RC카의 크기다. 실물 차량 대비 축소비율을 이야기 하는데,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경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1/8이며, 보통은 1/10, 1/12, 1/16, 1/18 등 다양하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1/10 모델이며, 타이어는 1/8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소리가 우렁찬 엔진보다는 전동RC카를 많이 권한다. 엔진 RC카는 힘도 좋고, RC를 하는 맛이 난다고 하지만, 그만큼 다루기 까다롭고 관리도 힘들다. 거기에 기름값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배터리와 배터리체커(상단)

 

전동RC카를 구입하게 된다면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 바로 배터리다. 배터리는 리튬폴리머(Li-Po) 타입 제품을 구입했다. 흔히 스마트폰에서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있지만, 성능과 사용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리튬폴리머(Li-Po)를 추천했다. 단점은 좀 더 비싸고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완전방전이 되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일정전압이하로 떨어지면 경고음을 내는 배터리체커가 필요하다.

 

급속충전기를 통한 Li-Po 배터리 충전

 

배터리도 종류에 따라 2셀, 3셀, 4셀 등으로 나뉘는데, 충전기도 자연스럽게 이들 배터리에 따라 가게 된다. 충전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제품이어서 가격도 비싼편이다. RC카 가격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배터리나 충전기 등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된다. 물론 이런 구성품들은 다른 RC카를 구입할 때는 추가적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참고로,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관리에 주의를 많이 요구한다. 충격과 열에 약하고, 화재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할 때는 별도 배터리 보호가방(1만원 이하)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고,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나타나면 충전하면 안된다. 오랫동안 차량에 두는 것도 위험하다. 차량 진동과 열에 의한 충격으로 화재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입한 Kyosho DBX VE 2.0은 5300mAh 배터리로 약 20~30분 정도 동작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추가 배터리를 하나 더 구입했다. 처음 구입할 때는 한 개만 있어도 크게 무리 없다. 실제 밖에 나가서 사용해 보면 입문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즐길 정도로 버텨준다.

 

2.4GHz 조종기

 

요즘 조종기는 대부분 2.4GHz 대역을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빠른 RC카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스틱타입보다는 건(Gun)타입을 많이 사용한다. 전진과 후진은 총의 방아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조종하고, 좌우 조향은 타이어처럼 생긴 부분으로 조종한다.

 

조종기는 다른 RC카 제품들과도 페어링을 해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조종기도 고급 제품이 별도로 판매되며, 기능이 많은 것들이 있으며, 조종감이 좋은 제품들이 있다. 7~8만원대부터 조종기 하나에 10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도 있다. 야외 나가면 차량 배터리 외에 조종기 배터리도 신경 써야 한다.

 

 

자! 모든 준비가 끝났으면 이제 밖으로 나가본다. 버기카는 넓은 장소만 있으면 된다. 잔디밭도 좋고, 공원의 넓은 공간도, 운동장도 좋다. 사진처럼 우레탄이 깔린 농구장이라면 더 좋다. 달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다만, 절대 주의해야 하는 것은 RC카 주행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먼저다.

 

주변에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면 사람에게도 RC카에게도 치명적이다. 빠르게 달리는 RC카는 보행자에게 위험한 물건이다. 시속 30~50 km/h의 속도를 내며 달리는 RC카는 엄청나게 빠르다. 무게도 2~3Kg 수준이어서 빠르게 달리는 RC카와 부딪히면 다친다.

 

특히 공원이나 아이들 있는 곳에서 자랑삼아 RC카를 조종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신기해 하는 아이들이 RC카를 잡으려고 덤벼들기 일수이며, 만일 부딪히면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RC카 자체도 그리 튼튼한 편이 아니어서 부서지기 쉽다. RC카를 즐기려면 반드시 사람 왕래가 적은 곳을 찾아야 한다.

 

 

처음 RC카를 조종하다 보면 쉽게 접촉사고(?)를 낸다. 가장 많은 유형이 벽이나 장애물에 직접 부딪히는 경우인데, 상황과 차체에 따라 수리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RC카 세계에서는 '견적'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견적을 요하는 사고는 초보 입문자들에게는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앞부분을 부딪히면 쇼바쪽 또는 조향장치 관련한 플라스틱 부품들이 잘 망가진다고 한다. 부품별로 다 판매하기 때문에 고치는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부품가도 만만치 않다. RC카가 비싼 취미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고 견적 때문이다.

 

즐긴 후에는 반드시 청소를 해줘야 하는 부분도 귀찮고 힘든 일이다. 밖에서 먼지와 각종 이물질이 유입된 차량은 반드시 블로워(자전거 바람 넣는 컴프레셔 등)로 청소해 주고 집에 들어가서는 별도로 청소해 주는 것이 좋다. RC카에 빠지면 나중에는 집안에 컴프레셔는 구입하게 된다는 속설도 있다.

 

 

이제 막 아들과 함께 RC카를 배우는 입장이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RC카에 대한 입문 정보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간단하게 입문기를 작성해 보았다.

 

RC카에 빠지면 진짜 차처럼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차체는 기본이고, 엔진과 모터는 물론, 더 정밀한 콘트롤을 위한 서보, 타이어 등은 물론 다양한 액세서리 등에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되며, 가끔은 무리한 업그레이드와 견적으로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발전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취미로서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능력과 여건을 고려해서 즐겨야 진정한 취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이 취미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주 생각해 보면 좋겠다. 과시를 위해 취미가 희생 당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본인은 RC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며, 이 포스팅은 입문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 추천 RC카 오프라인 매장 : 하비센터 (본인은 이 매장으로부터 구입 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한 지원을 받은 적 없다.)

*하비센터 : http://cafe.daum.net/hobby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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