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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와 노트북이 아닌 스마트폰 뒷면에서 Intel Inside 로고를 볼 수 있다면 놀랍지 않을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 로고 외에는 본 적이 없을테니 말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조사의 로고가 스마트폰에 새겨진다면 눈에 띌 것이다.

 

 

Lenovo는 CES 2013에서 자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K900을 발표했다. 전면에는 Lenovo를 새겼지만 뒷면 하단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Intel로고를 새겨놨다.

 

사실 Lenovo는 작년 CES에서 Intel의 Medfield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인 K800을 발표했었다. 다시 만 1년이 지난 2013년 1월 8일 Clover Trail+칩을 탑재한 K900을 다시 발표했다.

 

소비자에겐 Clover Trail+ 이라는 코드명보다는 ATOM 프로세서 패밀리라고 이야기 하면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바로 넷북용으로 개발하던 Intel의 저전력 프로세서군이기 때문이다.

 

Intel은 누구나 알고 있는 PC용 CPU 시장의 최강자이자 컴퓨팅 프로세서 분야의 1등 기업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흥행으로 점점 목이 죄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저전력 컴퓨팅 아키텍쳐를 지배해온 ARM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PC용 시장에서는 AMD라는 경쟁자를 여유있게 따돌렸지만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PC 시장의 성장정체는 결국 Intel의 성장정체를 의미하기도 하여, Intel은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Intel도 로우엔드의 저전력 프로세서 시장에 관심을 갖고 뛰어든 상황이다. 이미 넷북이라는 트렌드를 유행시키기도 했었다.

 

시대의 흐름이 모바일로 굳어지면서 Intel의 대응과 노력도 계속되어 왔다. 결국 AMD가 아닌 ARM이 직접적인 경쟁자가 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Intel의 미래는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역할로 점쳐질 수 있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

 

Intel은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려왔다. Lenovo의 K900 이전 3년 전인 2010년에 이미 LG전자를 통해 Moorstown 기반의 ATOM 프로세서 탑재 스마트폰을 내놨었다.

 

CES 2010에서 LG전자 GW990을 소개하는 Intel Paul Otellini 회장 (출처 : LG전자)

 

GW990이라는 스마트폰은 Intel Paul Outellini 회장이 CES에서 직접 나와서 소개를 했었다. 4.8인치 디스플레이에 Moblin 2.1(지금은 Tizen으로 흡수)를 탑재하며 스마트폰과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존재를 과시했었지만 결국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이었다.

 

2012/03/01 - 스마트폰에서도 Intel inside의 성공신화를 쓸 것인가?

그리고 작년 인도 Lava International을 통해 X900이라는 스마트폰에 Medfield Z2460을 탑재하여 내놓기도 했었다. Lava 외에도 Lenovo와 Motorola 등도 시제품을 내놨으나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Lava가 Xolo X900으로 인도시장에 선보인 것이 전부였다.

 

이때는 모두 Android를 채택했는데, Intel이 개발에 관여하던 Tizen이 아닌 대중적인 Android를 채택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노렸다. 다음 세대인 Clover Trail칩을 이용한 스마트폰에는 삼성전자 등과 협력한 Tizen을 탑재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결국 Android를 채택했다.

 

Intel이 자사의 모바일 플랫폼인 Tizen이 아닌 Android를 직접 지원하는 ATOM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왔다는 것은 ARM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ARM 아키텍처 기반의 Tizen폰을 만들었다는 것과는 비교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X900은 Lenovo의 최상급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5.5인치의 IPS 디스플레이에 Intel의 2GHz 클럭의 듀얼코어 Z2580칩을 탑재했으며, 1080p 해상도를 지원한다. 조리개값 F1.8의 1,300만 화소 카메라와 듀얼 플래시, 88도 광각의 전면 카메라 장착, 2GB의 RAM과 16GB 내장스토리지 등 화려한 스펙을 골고루 갖췄다.

 

전면 유리는 Gorilla Glass 2를 채용했으며, 버트 대신 하단에 정전식 터치 버튼 세개를 배치하였다. 중앙의 홈버튼이 윈도우 창을 닮아서 Windows Phone 8이 탑재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LG전자의 LTE2와 흡사하다. 직사각형 모양의 베젤의 크롬 테두리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두께는 6.9mm로 7.6mm의 iPhone 5보다도 훨씬 얇다. 뒷면은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와 스테인레스 커버로 되어 있다. 4가지 색상으로 제품이 출시되며 무게도 162g으로 183g의 Galaxy Note2에 비해서도 가볍다. 하지만 뒷면 커버는 네 모서리에 나사로 결합되어 플래그십 모델의 디자인답지 못한 모습이다.

 

제품은 오는 4월 중국에서 출시되며, 6월부터는 다른 국가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먼저 중국 내에서 프리미엄폰으로 승부를 걸어 보겠다는 것인데, 과연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Intel의 스마트폰 프로세서는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32nm의 공정으로 스마트폰 패키징을 완료했으며, 전력소모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내렸다고 한다. 즉 이제는 본격 ARM 프로세서와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Clover Trail 프로세서보다 두 배 빠른 22nm 공정의 Bay Trail 프로세서는 올해 말이나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한다. 또한 보급형 스마트폰용 Lexington 프로세서(Z2420)는 HSPA+를 지원하는 1.2GHz의 싱글코어로 K900 발표 하루 전에 공개되기도 했다. Z2420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Lava와 Acer가 제조할 것이라고 한다.

 

Intel은 이번 CES를 통해 점점 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ARM 아키텍트 일변도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 Intel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했는데, 이번 Lenovo K900 모델은 좋은 예제가 될 것 같다.

 

꾸준한 시도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접근하던 Intel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ARM에 맞설 수 있는 저전력 프로세서 시장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는 점에서 Lenovo K900은 상당히 의미있는 제품이다.

 

안그래도 ATOM 프로세서 기반의 넷북이 작년말을 기점으로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Intel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발표하면서 약간의 불안감은 씻어낼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Intel의 움직임은 꼭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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