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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가 미국 최대 서적 체인이며, 전자책 리더 시장 2위인 Barnes & Noble(B&N)과 조인트벤처를 만든다. 이번 양사의 합의는 명백하게 두 기업 모두 Amazon을 따라잡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양사가 설립할 조인트벤처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Microsoft가 3억 달러를 투자하여 17.6%의 지분을 가진 Barnes & Noble 자회사 주주가 될 예정이다. 이로서 Microsoft는 전자책과 대학교재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되었다. 1
Microsoft의 전자책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0년 초에 전자책 시장에 발을 담궜다가 그해 8월에 접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자사가 직접 뛰어드는 것이 아닌 전문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Barnes & Noble은 미국내 최고의 서적 체인으로 군림해 왔지만, 지난 2007년 Amazon이 Kindle을 통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면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Amazon의 전자책 시장 진출로 현재 미국 서적 유통의 20% 수준이 전자책이 차지하고 있다.
이번 Microsoft의 전자책 시장 진출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IT 삼국지라고 부르는 Apple, Google, Microsoft의 생태계(Ecosystem) 경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3사는 각각 iOS와 Android OS, Windows Phone OS를 통해 모바일 OS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Apple은 iPhone, iPad 등의 기기를 직접 제조하고 있으며, Google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 협력사들과 자회사 Motorola를 통해, Microsoft는 Nokia를 통해 모바일 기기를 내놓고 있다.
하드웨어와 OS뿐만 아니라 콘텐트 조달을 위한 오픈 마켓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Apple의 App Store, Google의 Google Play(구 Android Market), Microsoft의 Marketplace 등을 각각 운영하고 있으며, Apple, Google의 2강, Microsoft의 1약 구도로 형성되어 있다.
오픈 마켓에서도 전자책에 대한 부분은 또 다른 핵심 콘텐트로 볼 수 있는데, 이 시장은 또 다른 시장 강자인 Amazon이 지배하고 있다. Apple과 Google은 각각 별도의 북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타블렛 제품군이 없는 Microsoft만 전자책을 위한 마켓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Microsoft는 다른 경쟁자들과의 생태계 균형 상으로도 필요한 전자책 시장에 미국내 1위 오프라인 서적 체인이며 전자책 시장 2위인 Barnes & Noble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게된 것이다. 전자책 콘텐트와 Nook 시리즈의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B&N은 Microsoft가 갖추려는 생태계의 일부를 그대로 보강해줄 수 있는 상대다.
Barnes & Noble의 Nook 타블렛
B&N은 현재 전자책 시장에서 Amazon Kindle의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지만 격차가 상당히 큰 편이다. 그래도 Amazon의 90% 가까운 점유율을 60%대로 떨어뜨린 것은 분명 Nook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Microsoft와의 조인트벤처 제휴는 B&N과 Nook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숙적 Amazon과의 격차를 줄이는데 Microsoft의 힘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Microsoft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전자책 유통과 단말기를 한꺼번에 확보하면서 올 하반기에 나올 Windows 8에 전자책 카테고리를 B&N에 의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 Nook는 Android 기반이지만 추후 개발될 버전의 단말기는 Windows 8 기반으로도 기회가 열린 셈이다. 양사 모두 Win-Win의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B&N의 전자책 사업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장인데다 경쟁자들은 단말과 콘텐트, 온라인 마켓 등을 골고루 가진 강자들인데 B&N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값에 Nook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투자와 개발에 아낌없이 나설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한다면 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매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월 B&N 내부적으로 Nook 사업부와 대학 교재출판 자회사인 Barnes & Noble College Booksellers를 매각하거나 해외사업 부분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계획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연내 결정을 마무리 짓고 내년에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이번 Microsoft와의 조인트벤처 결성 역시 그러한 수순의 일환으로 보인다.
3월엔 B&N의 주주이기도 한 사모펀드 G Asset Management는 4억 6천만 달러에 대학 교재 출판 자회사 지분 51%를 넘기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조건 안에는 Nook 단말기 부문을 제외하고 단순히 대학 교재 부문만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Nook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대학 교재 출판 부문은 2009년 Chairman Leonard Riggio로부터 인수했었는데 결국 3년만에 재매각을 고려하게 되었다.
Microsoft와 Barnes & Noble의 조인트벤처는 양사의 필요성이 딱 맞아 떨어진 딜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책 부분의 보강이 필요했던 Microsoft와 Nook 단말기, 대학 교재 부문의 매각을 고려했던 Barnes & Noble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자책 부분에 있어서도 기존 Amazon, Apple, Google에 이어 Microsoft가 합류하게 되었다. Amazon과는 단말기 및 콘텐트 경쟁을, Apple, Google과는 플랫폼과 생태계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 조인트벤처의 회사 가치는 17억 달러 수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