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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매출과 이익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Apple에게 쏟아지는 비난 중 하나는 바로 중국에 위치한 제조 공장의 근로 환경에 대한 것이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Apple은 최고로 성장했지만 정작 제품 조립 공장 노동자들의 삶은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pple은 자사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Foxconn의 중국공장에서 벌어지는 자살 사건과 작업장내 상해 사고, 폭발 사고 등으로 노동 환경 감시에 대한 압박을 받았었다. 결국 지난 1월 FLA에 가입하여 중국 공장의 노동환경을 점검 및 개선하기로 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 만들어진 미국 공정노동위원회(FLA : Fair Labor Assocication)는 기업과 비영리 조직 등의 대표로 구성되어 노동 환경 실태 조사와 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번 Apple 중국 공장의 노동 환경 실태 조사도 비난이 거세진 중국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이 주된 목적이다.

FLA는 지난 수요일, Foxconn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만 Hon Hai Precision Industry Co.(혼하이 정밀 산업)이 현행 주 60시간인 노동시간을 중국 노동법이 정한 한계 시간인 주 49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법정 노동 한계 시간을 주 49시간으로 정해 놓았지만, 실제 중국 공장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LA에 따르면 이번 Foxconn의 근무시간 개선은 중국 공장 최초의 법적 시간 준수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근무시간은 줄지만 임금은 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임금인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지난 2010년 Foxconn은 공장 근로자들의 연이은 자살 등으로 25% 수준의 임금인상을 실시한 바 있는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실질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Apple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임금인상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iPhone의 경우 대당 조립 비용에서 약 2 달러가 조금 안되는 금액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IHS iSuppli에 따르면 현재 iPhone 4S 16GB를 한 대 조립하면 8 달러 정도가 지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상해 MacBook Pro 조립 라인 (출처 : Apple)

Apple의 매출과 마진 측면에서 본다면 큰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질 수 있다. 대표적인 Apple 제품 생산 협력 업체인 Foxconn이나 Pegatron 등은 Apple 제품만 생산하지는 않는다. 각각 Apple 제품 비중이 22%와 16% 정도로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이들 기업은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제품 생산도 수행하고 있다.

HP, Dell, Sony, Nintendo 등 세계 유수의 기업 제품들도 생산 라인을 달리하여 Foxconn과 Pegatron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Apple이 이번 FLA의 조치로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면 다른 기업들 역시 비슷한 조건으로 노동 환경 개선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임금 인상 효과와 더불어 생산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pple의 이익률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아주 높은 편이고 제품 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HP나 Dell 같은 기업들은 이익률도 낮고, 비용의 압박 중에서도 인건비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임금 인상이 실시된다면 Apple에 비해 HP나 Dell 같은 업체들에게 심각한 이익률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제조 및 노동 환경도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지만 더이상 낮은 임금과 저가의 부품 등을 내세워 경쟁력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Apple이 중국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서게 된 것 역시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2011/04/13 - 세계 최대 EMS 기업 폭스콘이 브라질에 공장 짓는다

Foxconn은 중국 외에 브라질에도 대규모 공장을 짓기로 하고 향후 5년 동안 순차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일 계획이다. 중국의 제조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Foxconn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의 진출이 용이한 남미를 선택한 이유가 중국의 노동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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