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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업계는 입법부가 추진 중인 두 개의 법안때문에 시끄럽다. 각각 '온라인 불법복제 방지법(SOPA)'과 '지적재산 보호법(PIPA)'[각주:1]이 핵심이다. 이 두 법안은 현재 미의회에 계류 중이다.

텍사스주 하원의원이며 하원 법사위 의장인 Lamar S. Smith의원이 중심이 되어 작년 10월 발의한 법안이 Stop Online Piracy Act 즉, 일명 SOPA 법안이다. 참고로 Lamar S. Smith 의원은 공화당 소속이다.


SOPA의 핵심은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차단에 있다. 저작권 침해가 판단되는 어떠한 사이트도 정부가 규제하여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를 빌미로 인터넷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SOPA보다 먼저 지난해 5월에 발의된 PIPA(Protect Intellectual Property Act)는 지적재산권(IP)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인데, 이는 주로 미국 밖에서 운영되는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 웹사이트나 모조품 유통에 대한 대응을 위한 것이다. 현재 이 법안은 상원에 계류 중이다.

PIPA가 주로 외부 불법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것에 해당한다면 SOPA는 접속차단뿐만 아니라 검색엔진에서의 검색 결과도 빠지며, 필요하다면 해당 사이트에 대한 금융결제 마저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SOPA와 PIPA는 주로 미국의 영화, 음악, 전자책, 게임 등 디지털 미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영화 제작사와 스튜디오, 음반업체, 출판사 등이 주축이 되어 의회에 로비를 해왔고 이를 반영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법안에 대해 미국 IT 업계, 특히 온라인 서비스 부문의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물론 Google, Yahoo, AOL, Facebook, Twitter 등이 법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 Windows와 Office 등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지적자산을 가지고 있는 Microsoft조차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 반대자들 대부분이 지적하는 것은 역시 인권 침해 및 자유 제한 그리고 검열이 핵심이다. 이들 법안은 검열을 기반으로 재산권 침해를 막겠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 표현에 대해 막을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사법당국에 제공하겠다는 것이어서 반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업체의 저작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자유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PIPA가 미국 민주당 소속 의원의 발의로 나왔지만, 친기업 행보가 뚜렷한 공화당은 이보다 더 센 SOPA를 발의했다.

일단 Obama 행정부는 두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14일 백악관은 SOPA를 비롯한 일부 문제있는 법안들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거부권을 행사할 뜻임을 밝혔다.


News Corp.의 Rupert Murdoch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Obama 대통령과 Google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Google은 해적 리더라고 표현하며 저작권 침해를 동조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뉴스의 유료화나 저작권 보호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당사자여서 이번 법안에 반대자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다.

Wikipedia는 두 법안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로 18일 하루동안 영어로 운영되는 Wikipedia 웹사이트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Wikipedia 외에도 몇 몇 반대하는 기업들의 서비스 중단이 예고되어 있다.

SOPA 법안을 발의한 Lamar S. Smith 의원은 업계와 행정부의 반발에 직면하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이트 폐쇄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고, PIPA 법안 역시 DNS 차단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내놨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사용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검열을 통해 감시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기본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이윤만을 목적으로 소비자를 감시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저작권자의 요구에 따라 침해여부를 가려내게 된다면 많은 혼란이 따르고, 이를 판단하기 위해 검열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행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가 체결되었고, 앞으로 미국의 지적재산권 공세가 예고되어 있다. 만일 SOPA와 PIPA 같은 법안이 통과되고 감시가 강화된다면 FTA를 통해 우리나라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규제를 통한 감시는 늘 또 다른 규제와 불신을 양산하게 된다. 소비자 스스로 지적재산권 침해에 신경써야 하겠지만, 이를 법으로 규제하여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와 불신만을 쌓게될 것이다.

* Wikipedia는 18일 05:00(UTC)부터 19일 05:00(UTC)까지 서비스를 중단했다.


  1. SOPA는 '소파'라고 읽는데, 한미주둔군지휘협정인 SOFA와 발음이 비슷하다. PIPA는 '피파'라고 읽으며 국제축구연맹 FIFA와 발음이 비슷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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