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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RIM도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젠 살아남기 위해 감원을 결정했다. BlackBerry 제조사 RIM은 지난 달 말 비용을 줄이기 위해 2천 명 감원을 계획을 발표했다.


임직원의 10% 가량을 줄이기로 한 RIM은 이번 주 해당 인원들에게 통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감원과 관련된 좀 더 정확한 정보는 RIM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9월 15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6월 병가로 공석 중인 COO 자리에 두 명의 임원을 선임했다. 10년 넘게 RIM의 COO로 재직했던 Don Morrison은 퇴임하고, 제품과 세일즈 부문 COO로 Thorsten Heins를, 운영 전반은 Jim Rowan으로 COO 임무를 이원화시켰다. 현재 RIM은 Mike Lazaridis와 Jim Balsillie의 두 명의 CEO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COO마저 두 명을 임명했다.

RIM의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던 Brian Wallace, PlayBook 프로덕트 매니저인 Ryan Bidan의 삼성전자로의 이직도 RIM의 내부 사정을 잘 말해주는 사례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는데, 임원급 인사의 경쟁사 이직은 이례적인 일이다.

2011/06/17 - 우울한 RIM의 1분기 실적,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RIM이 이처럼 감원과 인사를 개편한 것은 최근 나빠진 실적과 관계되어 있다. 지난 달 발표된 1분기 실적은 우려대로였다.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이익은 줄었으며, 2분기 역시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을 예고했다.

미국 내 BlackBerry 점유율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그 자리를 Android폰과 iPhone이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스마트폰 시장 2위 자리도 Apple iPhone에게 내줬다. 점유율 하락폭은 Microsoft나 Palm의 플랫폼보다 더 컸다.

더디지만 꾸준히 RIM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북미지역 밖의 라틴아메리카 등 해외로의 판매망 확대에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Android와 iOS로 무장한 경쟁사 제품들과 부딪히고 있다.


BlackBerry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강력한 메시징 기능과 폰에 최적화된 키보드에 있었다. 특히 비즈니스맨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시장에서의 성공이 오늘의 RIM을 만들었다.

하지만 iPhone과 Android폰 등이 시장에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더 큰 화면의 터치스크린, 수많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p), 얇고 가벼우며 다양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기업용 시장에서도 더이상 이메일 등 메시징 기능의 장점만으로는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없었다. 자랑으로 여기던 강력한 메시징 보안은 몇 몇 국가의 행정부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신뢰도는 떨어졌다. 개발자들 역시 BlackBerry OS 보다는 Android나 iOS로 옮겨갔다.

신형 BlackBerry 출시를 통해 하드웨어는 경쟁사 수준으로 성능을 끌어 올렸지만, 이미 개발자와 소비자의 스마트폰 플랫폼 생태계는 RIM를 외면하고 있다.


야심차게 개발한 타블렛 컴퓨터인 PlayBook도 마찬가지다. BlackBerry OS가 아닌 QNX를 얹어 혁신을 노렸지만, 문제는 개발자 생태계였다. 이미 경쟁사 플랫폼으로 옮겨간 개발자들은 PlayBook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출시 후 지난 달까지 50만 대의 판매량은 시장의 반응 그대로다.

RIM의 몰락은 멀리 북미 시장을 볼 것이 아니라 국내만 보더라도 예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SKT를 통해 일부 모델이 들어와 판매되었지만, 메시징 전용 요금제, 서비스 센터의 부재,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부족은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졌다.

일부 외국계 기업이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제품이 사용되고 있었지만, 일반 소비자층을 파고들지는 못했다. 이미 통신 선진국가들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높은 서비스 요금과 서비스 선택권이 제한된 제품으로는 한국시장을 공략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었다. 

지난 주 하나은행이 BlackBerry용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내놨고, 25일 월요일 SK 네트웍스와 SKT 서비스 센터를 통해 현장 수리[각주:1]를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국내 BlackBerry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흐름을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 이런 정도의 조치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도 어렵고, Android폰이나 iPhone에 비해 장점으로 부각될 수도 없는 조치이며, RIM 내부적으로 위기를 의식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RIM의 감원 소식이 시사하는 것은 단순하다. 시장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으며, 끊임없는 혁신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바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BlackBerry가 처음 나왔을 때 분명 그 제품은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그 뒤 경쟁자들이 만든 게임의 룰에 휘말렸고,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독특한 서비스와 멋진 하드웨어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고, 이제는 플랫폼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더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이고, 더 많은 기술적 혁신으로 소비자를 유혹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RIM이 제2의 Nokia가 되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더이상 허투로 들을 말이 아니다.

RIM은 조만간 BlackBerry OS 7을 탑재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1. BlackBerry Bold 9000, 9700 모델 한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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