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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Apple의 iPhone 4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이 소식은 지난 주 금요일 국내 통신업계의 빅뉴스 중 하나였다. 조만간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iPhone은 KT 독점 공급에서 복수 사업자 공급으로 바뀌게 된다.

iPhone 도입 사실을 공개한 SK텔레콤의 공식 트위터


어쩔 수 없는 SKT의 선택

2009년 11월 KT가 iPhone을 국내에 시판하면서 SKT는 Android폰 위주의 스마트폰 전략을 짜게 된다. KT는 iPhone을 국내 독점 공급하면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불편한 관계가 되었고, SKT는 삼성전자와 공조하는 분위기로 KT-Apple에 맞서게 되었다.

KT의 iPhone 판매는 예상밖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SKT가 겉으로는 iPhone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었지만, KT가 도입한 iPhone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스마트폰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2010년말을 기준으로 iPhone 3GS와 iPhone 4를 합쳐 160만 대 가량이 판매되었다. SKT는 삼성전자와의 공조로 Android폰인 갤럭시S를 220만 대 판매했다. 결과만으로 놓고 보면 늦게 출발한 SKT의 성적이 더 좋은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 1월에 공개된 KT의 영업이익이 SKT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KT가 SKT보다 장사를 더 잘 했다는 것인데, 이는 iPhone 독점에 따른 효과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반면 SKT는 Android폰을 내세우면서 KT에 맞섰지만 Android폰 띄우기와 고객 이탈 방지에 비용을 쓰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1년 사이에 KT는 영업이익이 2조 53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3% 증가했고, SKT는 2조 350억 원으로 전년대비 6.6% 감소했다. 이와 함께 10년만에 KT가 SKT의 영업이익을 앞지른 일도 벌어졌다.


ARPU 역시 KT가 SKT를 앞섰다. KT는 8,824억 원으로 전년대비 22.3% 늘어난 반면 SKT는 9,996억 원으로 전년대비 7% 늘어난 것에 그쳤다. 전체적인 ARPU는 여전히 SKT가 앞서고 있지만 KT의 성장률은 SKT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음성통화 매출은 줄고, 데이터 매출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보면 영업이익과 ARPU의 증가세는 스마트폰에 의한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는 작년 한해 SKT와 KT의 스마트폰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SKT는 작년 여러차례 최고 경영자의 발언을 통해 iPhone 도입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혔고, 연말 쯤엔 Apple의 국내 A/S 정책 때문에 iPhone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했다. 결국 계속 Apple과 협의를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SKT의 iPhone 도입 의사와는 별도로 Apple 역시 시장 확대에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복수 통신 사업자에게 iPhone을 공급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바람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올 2월부터 AT&T 독점을 깨고 1위 사업자인 Verizon Wireless에 공급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결국 SKT측으로 봐서는 iPhone 도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스마트폰 시장에서 KT에게 밀리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세계 통신시장 흐름이 iPhone 도입을 더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상 iPhone A/S에 대한 언급은 핑계라고 볼 수 있다.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한 국가에 복수개의 판매 사업자를 두더라도 제조사 A/S 정책에는 크게 변화가 없기 때문인데, SKT에서 요구하는 A/S 정책이 반영될 경우 KT 역시 비슷하거나 동일한 정책을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Apple이 한 국가의 두 개의 판매 사업자와 동시 협상을 벌이지 않는 이상 SKT가 Apple A/S 정책의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아서 도입이 연기되고 있다는 것은 믿기 힘든 논리다. iPhone 도입 협상의 변수는 A/S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iPhone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점점 확대 일로에

아직 SKT의 iPhone 공급일정이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iPad 2 발표 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iPhone 4와 함께 3G 지원 iPad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SKT의 iPhone 도입 발표로 KT의 Android폰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T=iPhone'이라는 공식이 무너지게 되면 제조사로부터의 장벽도 자연스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Motorola 등이 KT에 전략 Android 스마트폰을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Google 진저브래드 탑재폰인 Nexus S를 SKT와 KT 동시에 공급하며, 출시 예정인 갤럭시S 2 역시 KT를 비롯한 이통 3사 모두에 공급할 예정이다.

Motorola는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SKT 독점 공급을 깨고 KT에도 스마트폰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CES에서 처음 공개되었던 Motorola의 하이엔드 Android폰인 Atrix가 KT를 통해 공급된다. Motorola는 대만 HTC에 이어 국내 공급선을 바꾼 대표적인 해외 제조사가 되었다.

해외 제조사들의 脫(탈)SKT는 이미 예견된 부분이었다. SKT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띄우며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 마케팅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KT의 iPhone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사이 해외 제조사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iPhone 독점 공급으로 KT는 Android폰 진영에는 반갑지 않았던 통신사였다. 하지만 SKT가 iPhone을 공급하게 됨으로써 KT로의 공급선 확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KT가 Android폰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SKT는 iPhone 도입을 두고 이제 단말기가 아닌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도 올해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 공급이 활발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특정 단말기를 내세우는 것보다는 요금과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뜻인데, 결국 피처폰 사용자들과 약정 만료를 앞두고 있는 KT의 iPhone 3GS 고객을 자사로 유입시키겠다는 뜻이다.

SKT는 우선, 시기가 늦긴 했지만 iPhone 4를 이용하여 자사와 KT의 약정 만료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에 활용할 것이며, 6월에 발표될 차세대 iPhone으로는 정식으로 KT와 스마트폰 경쟁을 준비할 것이다.

한편 국내 이동통신 3사 중에서 유일하게 iPhone 도입 계획이 없는 LGU+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네트워크의 특성상 CDMA 버전의 iPhone이나 LTE 버전의 iPhone이 나와야 판매 가능성이 있는데, CDMA 버전의 경우 Verizon 모델에서 주파수를 변경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LTE 버전은 아직 시기가 이르기 때문에 도입을 원해도 당장 들여올 수 없는 처지다.

여기에 iPhone과 Android폰 제조사들이 SKT와 KT에 공급하는 것에만 관심이 몰려 있어서 LGU+는 더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LGU+의 존재감은 상당히 약한 편이다. 단순히 마케팅 싸움에서 뿐만 아니라 통신서비스에 있어서 LGU+와 스마트폰은 소비자 입장에서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

이는 그룹 계열사인 단말기 제조사 LG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국내 고객인 SKT와 KT가 Apple iPhone과 삼성전자 Android폰에 집중하고 있고, Motorola, HTC 등도 이들 1, 2위 통신사에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삼성전자가 SKT와의 긴밀한 공조를 할 동안 LG전자는 KT와의 전략적인 공조가 필요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어쨋거나 SKT의 마케팅 역량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결과였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Android폰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하지만 LG전자에게도 지금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Android폰을 중심으로 SKT와 KT에 모두 기회가 주어졌고, 특히 더이상 특정 제조사와의 긴밀한 공조가 힘든 SKT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도입 15개월을 넘긴 Apple iPhone이 국내 통신시장에 가져온 변화는 예상밖으로 크다. 단순 스마트폰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국내 통신사와 제조사의 역학관계마저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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