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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분기동안 미국 케이블 TV 1위 사업자인 Comcast는 27만 5천 가입자를 잃었는데, 1분기부터 누적 합산하면 전체 62만 2천 가입자를 잃었다. 이미 작년 3분기까의 42만 4천 가입자 해지를 훨씬 넘어섰다. 이른바 코드 커팅(Cord-Cutting)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2위 사업자인 Time Warner Cable 역시 분기동안 15만 5천 해지자가 발생했으며, 3위 사업자인 Cox Communications는 가입과 해지자 공개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역시 가입자보다 해지자가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omcast는 해지자의 증가 이유로 미국 가정의 높은 실업률과 수입 감소 등으로 미국 가정들이 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케이블 TV 해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내놨는데,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의 성장이 케이블 TV 해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정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Netflix나 Hulu같은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이들이 케이블 TV의 대체제로 등장하면서 케이블 TV 해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 TV 해지자가 늘어났지만 반대로 Netflix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가입자의 이동이 이루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케이블 TV 콘텐츠와 Netflix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상당 부분 겹쳐지기 때문에 시청방법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케이블 TV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을 제작하는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프로그램 재전송료 인상 압박을 받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동통신사와 가입자 유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Cablevision과 News Corp.의 Fox TV와의 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전송료 갈등으로 케이블 TV 가입자들이 미식축구와 월드시리즈 일부 경기를 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Black Out)까지 벌어졌다. 이 분쟁으로 뉴욕지역 Cablevision 300만 가입자가 피해를 봤다.

재전송료 인상은 결국 케이블 TV 서비스 사용료의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사업자들 역시 전송료 인상을 요구할 것이어서 케이블 TV 업체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Verizon이나 AT&T 등 통신사들의 TPS, QPS 등의 통신 서비스 상품도 케이블 TV 업계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통신서비스를 앞세워 전화(유무선), 인터넷, 방송 등을 제공하는 통신사와 케이블 TV와의 경쟁은 통신중심의 상품 구성을 내세운 통신사들이 유리한 상황이다.

Verizon FiOS, AT&T U-verse 등의 IPTV 서비스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케이블 TV 방송 콘텐츠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다. 소비자의 경우에도 인터넷 연결의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원하는 방송을 접할 수 있어서 굳이 케이블 TV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케이블 TV업계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케이블 TV를 해지하고 공중파를 통해 방송을 수신하면 케이블처럼 다양한 채널은 아니지만 큰 어려움없이 주요 방송을 시청할 수 있기에 케이블 TV업계는 초조할 수 밖에 없다.


Netflix와 Hulu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요금과 편의성 면에서 케이블 TV 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 주요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으며, 홀드백 기간이 지난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케이블 TV의 다양한 채널이 주는 장점을 상쇄하고 있다.

이처럼 케이블 TV 해지자의 증가는 업계가 주장하듯 경제상황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송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 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케이블 TV 서비스에는 치명타로 작용하는 것 같다.

또한 여기에 스마트 TV의 등장은 케이블 TV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킬 요인으로 떠 오르고 있다. 스마트 TV는 Cord-Cutting을 더욱 부추길 요소가 되고 있는데, Netflix, Hulu에 이어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케이블 TV 업계도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전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다. 독자적인 콘텐츠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자체 방송 콘텐츠 제작을 늘이고, 동종업체끼리 연합한 TV Everywhere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관점은 앞으로 미디어 소비행태의 변화, 특히 방송 콘텐츠의 유통이 전통적인 공중파 전송이나 케이블 TV 등의 유선방송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여 TV, 셋탑박스, Tablet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미디어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소비자의 미디어 소비 습관을 잘 연구해야만 케이블 TV 업계는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공중파를 수신하는 안테나 대신 집집마다 케이블을 통해 방송을 수신하게 된 역사는 길지 않다. 처음 가정으로 케이블이 들어왔을 때는 단순히 방송만 전송했지만 이제는 통신 기반 위에 방송은 하나의 서비스로 취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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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케이블 TV의 태생적인 DNA인 방송전송에만 촛점을 맞추게 되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이 어렵다. 케이블을 제공하는 이유가 단순히 방송전송을 위한 것으로 고정된다면 사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결국 케이블 TV 경쟁자는 공중파도 아니고 다른 케이블 TV 사업자도 아니다. 통신사업자와 경쟁하게 되며,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와 경쟁해야 한다. 다양한 디바이스와 컨버전스 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미디어 환경에 맞춰 스스로 변신해야 한다.

TV는 미국 가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미디어 기기이며, 미국은 케이블 TV의 천국이다. 그러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미디어 소비 행태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인터넷과 미디어 디바이스의 다양화로 인하여 미디어 소비 습관이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면 케이블 TV 업계는 더더욱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미국 케이블 TV 업계의 고민은 결국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상륙할 것이다. 이미 준비하고 있다면 더욱 더 꼼꼼하게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있을 때 준비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시장을 잃을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제조되는 디지털 TV에서 동축 케이블 단자 대신 UTP 단자나 FTTx(Fiber to the x)가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정마다 유선전화를 끊고 이동통신으로 대체되는 과정과 VCR이 거실에서 사라진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한다. 케이블 TV 업계는 여기서 흐름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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