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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30, 40대는 Sony의 Walkman(워크맨)을 뚜렷이 기억할 것이다. 초등, 중고교 시절 Walkman과 Walkman을 닮은 비슷한 제품들을 유행처럼 사용한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 가전제품 대기업들인 삼성전자, LG전자(당시 금성사)도 Walkman과 같은 포터블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생산했었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Sony의 Walkman보다 우리나라 가전 제조사이 만들었던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 제품들이 더 많이 판매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워크맨은 Sony가 1978년 개발했고, 1979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포터블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였다. 일본에서 1979년 7월 1일 Walkman TPS-L2라는 모델로 출발했다. 따라서 올해는 Walkman 출시 31년째 되는 해다.

Walkman TPS-L2, 출처 : Wikipedia


일본에서 첫 출시된 후 각각 미국에서는 'Soundabout', 영국에서는 'Stowaway', 스웨덴에서는 'Freestyle'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그 후 'Walkman'이라는 단일화된 브랜드 명칭으로 통일되었고, 우리가 기억하는 '워크맨' 시리즈의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Walkman은 당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90년대 처음 MP3P가 나왔을 때 처럼 앞서가는 기술로 만든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AM/FM 라디오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에 카세트 테이프라는 자기(화) 테이프를 이용한 음악 재생 방법이 나오면서 음악을 듣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LP판을 이용한 음악듣기만 가능했다. 그나마 라디오는 건전지를 통해 이동성이 보장되었지만,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음악만 들을 수 있었다. LP는 이동성이 없던 음향가전이었다.

따라서 Walkman은 당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라디오와 달리 LP처럼 음반을 가지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고, 녹음까지 가능하며 스테레오 음향기술까지 접목되어 있었으니 상당히 놀라운 엔터테인먼트 기기였다.

지금보면 투박하지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미니 카세트라는 점은 당시 젊은 세대에게는 꼭 구입하고 싶은 필수 아이템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라디오(나중에 기능 추가)까지 들을 수 있는 개인 음향 기기로서 Walkman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정확하게 따질 수는 없지만, Walkman 같은 미니 카세트로 인하여 배터리를 사용하는 기기들이 많이 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흔하지 않던 소형 배터리가 대중화된 것에 Walkman은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전자 mymy4


80년대 중반들어 우리나라에도 Walkman같은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 바람이 불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마이마이(My My)나 금성사(LG전자)의 아하(AHA)같은 미니 카세트 플레이가 나왔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에게 이들 제품은 필수 아이템이었다. 이때는 이미 라디오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공부할 때 음악이나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었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녹음한 테이프나 정규음반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음향기기였다.

Walkman을 비롯한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의 운명은, 90년대 후반 서서히 대중화되기 시작한 MP3P의 등장에 따라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출발한 MP3P는 비싼 제품 가격과 디지털 음원의 부족으로 인해 초기에는 많이 판매되지 않았지만, 서서히 규모의 경제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MP3 음악의 온라인 유통이 늘어나면서 활성화되었다.

2007/01/14 - MP3 Player 탄생 10주년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니 카세트는 MP3P와 공존했다. MP3P는 디지털음원이라는 특성상 아직 자리잡지 못한 저작권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음원의 불법복제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카세트 역시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물리적인 복제가 필요했기에 온라인을 통해 복제와 전파과정을 가진 MP3와는 성격이 달랐다.

음반 제작자들은 여전히 음반을 낼 때 CD, LP, 카세트로 만들었다. 그들의 저작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미디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Apple은 iPod와 iTunes를 통해 서서히 음반시장을 디지털로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iPod을 비롯한 다양한 MP3P와 소형 포터블 기기들이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의 명운을 재촉했다.

미니 카세트의 역할은 카세트 테이프 재생 혹은 녹음 기능이나 라디오 청취기능을 제공했는데, MP3P는 미니 카세트에 비해 아주 작은 크기에 재생시간도 길며, 녹음은 물론 라디오 청취, 스토리지 기능 등을 제공하며 카세트 플레이어를 시장에서 밀어냈다.

Walkman WM-FX421, 출처 : Wikipedia


아직 카세트 플레이어나 테이프는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영유아용 교재나 교육기관, 교회 등에서 사용하거나 자동차(이젠 거의 장착하지 않는다)에서 사용하고 있다.

Sony Walkman 카세트 플레이어는 아직도 세계 각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모두 중국에서 제조한 제품들이다. 작지만 수요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요일,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 Sony는 더이상 Walkman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일본에서의 Walkman 카세트 플레이어 생산을 중단했고, 재고가 소진되면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공식적으로 10월 25일 판매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1979년 출시 이후 Walkman은 약 2억 2,000만 대가 판매되었다고 하는데, 20주년이었던 1999년 Sony 발표에 따르면 당시에 총 1억 8,600만 대가 판매되었다고 밝힌 적 있다. 결국 지난 11년 동안 3,400만 대가 판매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Walkman이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다른 기기에서 사용하고 있다. Sony Ericsson의 휴대폰과 MP3P 제품에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에게 인식된 Walkman은 여전히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 제품이다.

Walkman은 개인이 음반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게 해 준 최초의 제품이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거리의 젊은이들과 그 문화 아이콘을 만든 제품이었다.

2007/05/06 - 자화 기록장치의 종말예고 VCR

Sony의 Walkman 판매 중단 소식은 자화 기록장치의 종말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이제 대표적으로 남은 자화 기록장치는 하드디스크(HDD)인데, 지난주 Apple의 MacBook Air는 기본 스토리리로 SSD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아 그 가능성을 높였다.

31년간 미니 카세트 시장을 호령하던 Sony Walkman은 시대의 임무를 마치고 조용히 출생지 일본에서 운명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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