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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이 현행 20핀에서 다시 Micro USB로 바뀔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화를 이끌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조만간 국내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을 현행 20핀에서 GSMA가 표준으로 제안한 Micro USB로 변경할 것 같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2년 4월에 24핀 충전단자 표준을 선언하고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장에 정착되었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마다 제조사마다 다른 고유 충전 규격을 가져가는 것은 제조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낭비이자 자원의 낭비라는 지적 때문에 표준합의가 의미 있었다.

그러나 24핀 표준은 휴대폰이 점점 슬림해지고 모양이 바뀌면서 제조사의 필요에 의해 변형된 충전단자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게 되었다. 국내 대표적인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변형된 삼성 20핀을, LG전자는 LG 18핀 규격으로 제품을 생산하면서 24핀 젠더(표준으로 바꾸어 주는 변환 단자)를 번들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이런 행동으로 사실상 표준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그래서 다시 TTA가 2006년에 제정 적용한 것이 20핀 표준이었다. 20핀 표준은 제조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충전과 데이터 전송, 이어폰 단자 역할을 모두 수행하게 만들고 24핀보다 얇게 만들었다. 실제 표준 20핀을 적용한 휴대폰은 2009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나오기 시작했으니 비교적 최근에 확산되고 있다.

2009/02/19 - 휴대전화 충전기 표준 합의, 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러나 작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GSMA 회원 기업들이 2012년부터 휴대폰 충전단자를 Micro USB로 내놓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GSMA 회원 기업에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도 포함되어 있다.

Micro USB 케이블


결국 20핀 표준은 우리나라만의 표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2, 3위의 휴대폰 제조사라는 점이다. 국내와 해외 제품의 충전단자를 다르게 가져가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충전단자 표준 합의에 있어서 두 기업이 방향을 정하지 못한채 국내 표준안과 세계 시장에서 사용되는 사실상의 표준을 모두 지원했다.

2009/10/18 - 20핀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 국제 초안 채택?

결국 작년 가을 ITU는 기후변화협약 차원에서 세계 휴대폰 충전단자 표준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제안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GSMA의 Micro USB, 중국의 Mini USB, 우리나라의 20핀 표준이 상정되었고, 제일 먼저 Micro USB가 표준으로 인정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ITU는 얼마 후 중국와 우리나라의 충전단자 표준 제안도 복수 표준으로 승인했다. 즉, 제안한 3개의 모델이 모두 복수표준이라는 이름으로 국제표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표준을 정하기 위해 후보 기술들이 모두 표준이 되었다는 것은 표준합의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럴 것이라면 표준화 합의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ITU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두를 국제 표준으로 인정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20핀이 국제 표준이 되면서 수출되는 휴대폰 단말기 충전표준을 세계화했다며 자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자화자찬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끌고 있는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되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상의 표준이 이미 존재하고, 다수의 거대 제조사들이 이미 Micro USB를 표준으로 삼고 있으며, 해당 표준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기업들에는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세계 2, 3위의 우리나라 제조사가 끼어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국내 제조사들은 수출용으로 Micro USB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의 모델은 자체 표준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러나 GSMA 합의와 해외 시장의 요구에 따라 점점 Micro USB로 바꾸는 추세에 있다.

HTC Desire의 충전 및 데이터전송 단자도 MicroUSB


최근들어 시장에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나면서 Micro USB 충전단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다. 아주 극히 일부의 국산 모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산 및 외산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Micro USB 단자를 채택하고 있다. Apple의 iPhone은 독자적인 30핀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외의 외산 스마트폰들은 모두 Micro USB를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MP, MP3P, MID, 네비게이션, 블루투스 헤드폰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의 충전단자가 Mini USB 혹은 Micro USB를 지원하고 있다. Mini USB 보다 작은 Micro USB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제품에서 충전단자 크기가 작으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핀을 계속 고수할 입장이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논리상 20핀의 충전 표준은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충전, 데이터 전송, 오디오 전송의 3개 역할을 하나의 포트에 제공하는 20핀의 장점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제 오디오의 경우는 3.5mm 이어폰잭이 표준이어서 20핀으로 흡수 통합되는데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충전과 데이터 전송의 용도만 충분하다면 20핀을 굳이 채용할 필요가 없고, 크기도 작다면 답은 Micro USB밖에 없다.

국산 휴대폰 구입하면 함께 따라오는 20핀 이어마이크는 해당 휴대폰 아니면 사용할 기기가 없다. 다른 휴대폰(20핀 표준 준수 휴대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유일한 장점이 있지만, 휴대폰을 통해 음악을 듣거나 이어마이크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번들 이어폰은 다른 기기에서 쓸모가 없다.

표준 제정 4년만에, 단말기 제조가 본격화된지 꼭 1년만에 국내 휴대폰 충전표준이 또 바뀌게 되었다. 우리기술의 우월함에 앞서 이를 세계표준으로 끌고갈 자신이 없다면 사실상의 표준을 따르는 것이 낭비를 줄이는 법이다.

24핀에서 20핀으로의 표준 변경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만일 예상대로 Micro USB로 국내 표준이 결정된다면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20핀 표준이 제정되어도 24핀 충전기 재활용을 위해 다시 젠더를 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Micro USB에서는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보도에 따르면 9월 중순에 Micro USB 표준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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