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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일부 국가로부터 자국의 BlackBerry 사용자들의 메시지 데이터 검열 요구를 받고 있는 캐나다 RIM이 기존의 자세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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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안보문제로 BlackBerry 메시징 서비스 막는다

RIM은 국가안보를 문제로 내걸며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자국내 BlackBerry 서비스를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요구를 수용하여, 사우디아라비아 BlackBerry 사용자들의 핀번호와 사용자 코드를 넘겨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는 사우디 정부에 사용자들의 서비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개인의 중요한 정보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넘겨주기로 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BlackBerry의 사용자 데이터가 암호화되어 저장된 캐나다 RIM 본사와 영국 데이터센터의 보안시스템에 대한 무장해제없이 단순히 해당 사용자임을 인증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넘기기로 한 것은 RIM에게는 가장 안전한 대책이지만, 고객에게는 치명적인 보안해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다. 인도 역시 비슷한 요구를 했고, RIM과 인도 정부 사이의 합의가 도출되어 서비스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방식의 타협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나 인도와는 조금 다른 각도이지만, 지난주 독일 정부는 보안의 문제로 독일 공무원들의 BlackBerry와 iPhone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는 자국의 공무원들이 주고받는 데이터를 캐나다 사기업(RIM)이 관리한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결국 BlackBerry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 역시 사우디와 인도 등의 사례를 계속해서 지켜보다가 이들 국가와 비슷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우디의 경우 사용자 코드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다른 국가들의 비슷한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외된 해당국가의 BlackBerry 사용자들이다. 각국 정부기관과 RIM이 데이터 검열 이해당사자인 소비자를 제외시킨채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국가의 경우 안보의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국가가 개인의 사적인 데이터라고 볼 수 있는 이메일과 메신저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생활침해 혹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BlackBerry는 편리하고 안정된 서비스와 안심할 수 있는 보안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편리함도 중요했지만, 보안은 메시지 데이터의 관리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많은 BlackBerry 고객들이 RIM에 대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바로 이런 보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RIM이 몇 몇 국가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사의 서비스 고객들의 정보를 해당 국가 정부에 제공한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RIM이 사우디와 인도에 이어 또 다른 국가들로부터도 같은 요구를 받고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준다면 소비자들의 서비스 집단이탈도 예상된다.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개인 데이터를 국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소비자들의 대응방법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개인정보에 대한 국가의 관리 및 감시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지만, 제 3 세계나 국민의 통제가 필요한 국가들에서의 정보통제는 일상화되어 있다. 만일 BlackBerry 서비스가 그런 국가들에 제공되고 있다면 앞으로 사용자 정보의 통제권은 해당 국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소비자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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