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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IT는 보수적인 편이다. 검증되지 않은 방식의 업무처리를 극도로 꺼리는 조직이다. 금융처리에 있어서 한치의 오차나 실수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도 기업이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글로벌 트렌드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제까지 이런 은행권에 이메일이나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스마트폰은 RIM의 BlackBerry가 독보적이었다.

사실 은행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BlackBerry가 석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이메일 시스템에 있어서 BlackBerry의 위치는 확고하기 때문이다. 북미시장에서 BlackBerry의 성공뒤에 기업의 비즈니스 사용자가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Reuter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계 은행인 Standard Chartered(SC)의 아시아지부(홍콩)가 기업 내부적인 스마트폰으로 iPhone도 사용을 허가했다는 소식이다. 전세계적으로 약 75,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금융그룹 SC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BlackBerry를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앞으로 SC 직원들은 iPhone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룹 내부적으로 iPhone을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직원의 선택에 따라 BlackBerry 외에 iPhone을 사용하여 이메일을 주고받고 업무를 보더라도, 앞으로 업무용 전화와 인터넷 사용 비용을 지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이미 SC 아시아지부는 한달 전부터 기업용 이메일 시스템의 iPhone지원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iPhone으로 바꾸었는지, 또 언제 마무리가 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HSBC나 Morgan Stanley 같은 세계적인 금융그룹은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RIM의 BlackBerry로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보안측면이나 업무용으로서 BlackBerry를 능가하는 제품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보안의 측면에서 BlackBerry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기업에서 다년간 운영되면서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비록 SC가 iPhone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더라도 다른 기업들도 이를 따라 플랫폼을 옮기는 것은 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 중에서 iPhone의 채택은 SC가 선구자는 아니다. 싱가폴에 본사를 둔 Oversea-Chinese Banking Corp(OCBC)의 경우 이미 1년 전부터 임직원들에게 BlackBerry 혹은 iPhone을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직원들은 iPhone 보다는 BlackBerry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이런 움직임들이 시작되긴 하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크지 않다. 그래도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iPhone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분명 앞으로 RIM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안이 중요한 은행권 스마트폰 선택이 iPhone으로까지 확대된다면 다른 업종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RIM과 Apple은 차이는 있지만 모두 폐쇄적인[각주:1]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단말기를 제조하고 있다. 특히 이메일에 특화된 RIM의 BlackBerry는 기업시장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iPhone이라는 기업시장 도전자를 만났다는 점에서 긴장이 될 수 밖에 없다.

두 회사는 단말기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외에도 각각 BlackBerry OS 6와 iPhone OS 4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Apple은 iPhone OS 4를 통해 기업시장에 더욱 관심을 둘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서 기업시장에 이들 두 플랫폼의 경쟁도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 BlackBerry OS는 별도의 API를 제공하여 외부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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