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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소속된 사회인 야구팀의 경기가 있었다. 근래 추위로 인해 봄같이 않은 날씨가 계속 되다가 오늘은 정말 따뜻한 봄날이었다. 바람이 불긴 했지만 차갑지 않고 따뜻한 순풍이 불었다.

우리팀과 맞붙은 팀은 올해 3부에 등록된 신생팀이었다. 우리팀은 선공격을 했다. 1회 공격때부터 상대팀 투수는 여러번 보크(balk)를 범했다. 덕분에 안타와 보크가 겹쳐서 타자 1순을 하고 11점을 내는 일이 있었다.

보통 야구를 즐기는 팬들도 투수의 부정행위라 할 수 있는 보크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야구장에 가면 투수가 공을 던지려는 행위를 하다가 멈추면 흔히 '뻑'이라고 외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뻑'이라고 들리는 소리는 사실 '보크(balk)'라는 야구 용어다. balk는 '방해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다. 보크는 수비중인 투수만이 저지를 수 있는 일종의 공격방해 부정동작이다. 보크의 벌칙은 공격팀이 아무런 노력없이 루상의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하게 만든다. 

만일 주자가 3루에 있다면 홈으로 그냥 들어오면서 득점도 가능하다. 보크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주자에게는 볼카운트의 '볼'이 하나 들어난다. 보크는 주심이 선언하게 된다.

보크는 어떤 상황에 선언되는 것일까?

야구경기에서 투수와 홈플레이트와의 거리는 18.39m인데, 그 기준이 되는 것은 홈플레이트와 투수판(피처 플레이트) 각각의 중심 사이의 거리다. 투수판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를 정하여 항상 일정한 거리에서 투구를 하도록 마운드에 설치한 판(플레이트)이다.

뉴욕양키스의 특급 마무리 Rivera의 셋포지션 자세, 출처 : Wikipedia


투수는 투구동작시 항상 한쪽 발이 투수판을 밟고 있어야 한다. 오른손 투수는 오른발을 왼손 투수는 왼쪽발을 밟고 던저야 투구로 인정된다. 투수가 투수판을 밟고, 글러브와 공을 모아쥐면 셋포지션(Set Position) 자세라고 하여 투구(Delivery)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행위다.

와인드업 자세


투구 자세는 두가지가 있다. 앞서 설명한 셋포지션 자세는 일반적으로 주자가 루상에 진출해 있을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는 강력한 투구를 위해 와인드업(Windup) 자세로 던지는 것이 일반적이다.[각주:1] 축이 되는 발의 다른 발을 투수 플레이트 뒤로 가져가서 키킹을 한 후에 공을 던지는 자세가 와인드업 자세다. 셋포지션 자세에 비해 투구 동작이 길다.

만일 투수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투수판을 건드릴 수 없다. 투수판은 타자를 향한 투구를 알리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만일 투수가 투수판을 건드리지 않은 상태라면 수비수와 동일하게 취급받는다.

보크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선언된다.

* 투수판을 밟지않고 투구를 할 때
* 셋포지션 자세에서 어깨를 움직이거나 또는 글러브와 공을 쥔 손을 떼어냈을 때 (투구동작이라고 알리고 투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
* 투수판을 밟고 있으면서 주자에게 견제를 하려면 반드시 중심발(축이 되는 발) 외에 나머지 발이 해당 루를 향해야 한다. 단, 1,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3루쪽으로 발을 내딛고 1루로 몸을 돌리는 것은 허용한다.
* 1루에 주자가 있고 투수판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1루로 던지는 동작만 하고 던지지 않는 경우[각주:2] (투수판을 밟고 있지 않을 때는 던지는 동작 후 던지지 않아도 된다. 또 2루와 3루 주자를 향해 해당 루를 향해 발을 내딛으면서 던지는 흉내만 내고 던지지 않는 경우는 보크가 아니다.)
* 퀵피치(타자가 충분히 자세를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구를 하는 것)는 보크 대상이다.
* 투수가 셋포지션 자세에서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투구할 경우
* 투구동작중 부자연스럽게 중간에 멈춤이 발생하는 경우
* 셋포지션 자세가 아닐 때 투수의 양손은 내려져 있어야 하며 공을 쥔 손은 몸에 붙어야 한다. 공을 쥔 손을 허공에 흔들면 보크 반칙이다.
* 기타 투수가 타자나 주자를 대상으로 고의적인 방해동작을 하거나, 투구를 하지 않고 시간을 계속 끄는 경우 주심은 보크를 선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몇가지 보크에 대한 규정이 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에 열거한 사항으로 보크를 선언받는다. 흔히 프로야구 경기에서 가장 많이 범하는 보크는 투수판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주자가 있는 베이스로 견제구를 던지려다 중단할 때다.

이때 심판은 투수가 투수판을 밟고 있는지 아닌지를 잘 보고 판단을 내린다. 관중 입장에서는 투수판을 밟고 있었는지 여부를 잘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조건 '보크'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각주:3]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보크는 가끔씩 보이는데, 작년 New York Mets의 Mike Pelfrey는 한 경기 3개의 보크를 범하여 기록을 세웠다. 프로선수가 한 경기에서 보크를 두 개 이상 기록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사회인 야구에서 보크는 흔히 벌어진다. 대부분 투수가 잘 모르고 범한 경우인데, 심판에 따라서는 통상 최초 보크시는 경고를 준다. 투수의 보크는 상대팀 주자에게 무상으로 한 베이스씩 진루를 보장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처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어느정도 심각한 수준의 보크만 반칙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크 하나만으로 본다면 야구에서 투수에게 제약이 얼마나 많이 따르는지 알 수 있다. 공을 던지는 투수는 타자보다 더 높은 곳에서 있고, 타자에 비해 경기상 우위에 있기 때문에 투수의 동작에 많은 제약이 따르며 이들 제약은 모두 투수의 속임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 보크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규정을 알려면 KBO 홈페이지의 경기규칙 8.05 참고 (http://www.koreabaseball.com/About/GameRule.aspx)

  1. 주자가 3루에 있어 도루의 가능성이 낮을 때도 와인드업 자세로 던진다. [본문으로]
  2.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보크사례 [본문으로]
  3. 응원하는 팀이 공격중일 때 이런 야유가 쉽게 나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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