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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ola의 Motoroi™(이하 Motoroi)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18일(월요일) 오전에 언론사 및 기자 간담회를 통해 먼저 알려졌고, 저녁에는 블로거 간담회 형식으로 다시 소개되었다.

Motoroi는 국내에 처음 발매될 Android폰이라는 점. SKT가 무선인터넷 활성화 마스터 플랜 발표후 첫 스마트폰이라는 점. 그리고 RAZR(레이저)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Motorola의 스마트폰 제품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Droid가 아니라 Motoroi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나왔다는 것은 새로운 Android폰으로 봐야할 것이다. Motorola + Android에서 나온 작명방식은 Motorola가 만든 Android라는 뉘앙스를 전달하기엔 그만이다.  

[Android] 이제 시작된 WM, iPhone OS와의 본격적인 경쟁

이제까지 국내 스마트폰은 Windows Mobile 천하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친(親) Windows Mobile폰 세상이었다. 작년말 Apple iPhone이 정식으로 우리나라에 공급되면서 이제 겨우 비(非) Windows Mobile OS를 장착한 스마트폰 한 종류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12월을 지나 올해 1월 중순을 넘긴 시점에서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화두는 완전히 스마트폰으로 고정되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iPhone 판매 열기를 거쳐 삼성전자의 옴니아2 시리즈(T옴니아2, 오즈옴니아, 쇼옴니아)의 판매량이 iPhone을 넘어섰다는 최근 뉴스까지 언론과 미디어 등은 온통 스마트폰, Apple과 삼성, iPhone과 옴니아2로 장식되었다. 

스마트폰 경쟁과 소비자의 관심은 이미 지난주 KBS와 MBC,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의 뉴스와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조명될 정도로 시장과 소비자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 시점에 14일(목요일) SKT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무선인터넷 활성화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이미 지난 두달동안 사람들과 미디어의 관심은 iPhone, 옴니아2, Apple과 KT, 삼성전자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상태였다.
 
2010/01/14 - SK텔레콤 무선인터넷 활성화 마스터플랜 발표

스마트폰붐에서 소외된 대한민국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은 분명하다. 겉으로는 별 영향이 없다고 하면서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사실상 속내는 상당히 다급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말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SKT는 고민했었다. 그리고 iPhone 출시와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계기로 결심했다. Android 마저 놓치면 큰일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상태에서 Motoroi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Android폰이다. 삼성전자, LG전자도 만들고 있다는 Android폰을, 지금은 힘이 약해진 왕년의 선수 Motorola가 들고 나왔다.

언론 미디어와 제품을 만져본 블로거들의 평가는 뚜렷한 하나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SKT 색깔이 진하지 않다는 그것이다. 즉, Android 색깔은 보이지만 SKT의 색깔은 옅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기존 SKT폰들이 지향하던 모습에서 약간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 왜 그랬을까?

결국 SKT가 시장의 힘과 소비자의 니즈를 직접 느꼈고,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신제품 소개 이전부터 통합메시지 일명 '통메'에 대한 일부 얼리어뎁터들과 열성 소비자들의 반응은 SKT를 적잖이 당황스럽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들이 변화된 SKT의 모습을 요구한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제품에 SKT는 국내 최초의 Android폰이라는 프리미엄 아닌 프리미엄을 얹고,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기위해 노력한 흔적이 제품 여기 저기에서 보였다. Motorola폰이지만 최대한 국내실정에 맞추어 국내에서 디자인했다는 것은 결국 서비스 제공 이통사인 SKT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구조였다. Motorola 본사가 만든 Droid가 그대로 들어올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Motorola폰이 아니라 SKT폰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3.7인치의 WVGA(480x854) 고해상도 정전식 터치 디스플레이와, DMB 탑재, FM 라디오 탑재, 720p의 HD급 캠코더 및 영상출력 지원 및 HDMI 출력단자 제공, 흔히 디카에서 사용하는 제논(zenon) 플래시 지원의 800만 화소 카메라, 외장 메모리 슬롯지원이라는 부분은 이미 iPhone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출발했다. 320x480, 3.5인치, DMB 미지원, SD급 비디오 출력, 플래시없는 300만 화소 카메라를 제공하는 iPhone과 직접 대비되는 비교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Android폰에서는 많이 채택하고 있는 쿼티(QWERTY)자판의 미지원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느낌이 강하다. 쿼티자판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해외와 달리 모험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 같다. 결국 얼리어뎁터층 보다는 일반 피처폰 소비자를 더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간접 증거이기도 하다.

iPhone의 UI와 UX는 Android 2.0과 일부 Motorola의 UI를 결합하여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SKT의 UI 및 서비스가 이번 발표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에 조금 더 호의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제품이 실제 시장에 판매되는 시점에 어떻게 변할지는 SKT와 Motorola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SKT의 색깔이 아주 옅은 이유는 분명 iPhone의 UX와 UI와 제대로 경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App Store에 맞서기 위해서 T Store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은 소비자도 알고 SKT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Android Market을 인정하고, 이를 배제하지 않았다. Android Market을 제외한 Android폰이 어떤 소리를 들을지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SKT는 절대 T Store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App Market 형태로 제공한다는 입장은 이미 밝혔다.


[Motorola] 더이상 기회는 오지 않는다

Motorola 코리아도 이번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StarTAC(스타텍)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시장을 휩쓸었고, RAZR(레이저)로 또 다시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뒤 긴 공백기 동안 한국에서 Motorola의 존재감은 너무나 약해졌다. 이번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로 보고 있다.

경쟁사 Sony Ericsson의 Xperia 정도의 반응으로 절대 만족할 수 없고, SKT를 통해 예전의 명성을 다시 되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최대한 SKT가 요구하는대로 한국형 스마트폰을 만들었다는 것은 Motorola 코리아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더 물러설 수도, 물러설 곳도 없는 배수의 진을 쳤기 때문이다. 본사의 Android 올인 정책에 맞춰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마저 희망이 없다면 다음부터 Android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내줘야할 형편이다.

Motoroi는 완성품이 아닌 개발 진행형 제품

시장에 선보일 Motoroi는 지금부터 만들어진다고 봐야 한다. 하드웨어는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 나머지 U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판매 가격, 마케팅 정책 등은 시장상황에 따라 얼마든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건은 바로 SKT 서비스와 UI의 탑재범위와 기능제한 및 확대, 90만원대로 책정된 소비자 판매가에서 SKT와 Motorola가 얼마나 보조금을 지불하여 가격을 낮출 것인가, 요금제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 큼직한 변수들이고, 이런 변수들은 최종 판매 개시전까지는 변화의 폭이 클 것이다.

시장에 나오는 최종 버전의 Motoroi는 결국 SKT가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이후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SKT 스마트폰 마케팅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출시시기가 조금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SKT는 지난 T옴니아2의 시장접근 방식(iPhone 대응 차원에서의 각종 판매 정책 혼선)에서 소비자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제품 출시는 꼼꼼하게 점검후 시장에 선을 보일 것 같다.

또한 Motoroi의 시장 런칭 결과에 따라서는 지난 14일 발표된 무선인터넷 활성화 마스터플랜의 1차 성적으로 평가될 것이므로 SKT는 더욱 신경을 쓰면서 접근할 것이다.

비로소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전쟁이라고 불릴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 같다. 시작은 iPhone으로 했고, 본격적인 대결은 Motoroi가 가세하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단순한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Windows Mobile, iPhone OS, Android의 모바일 OS의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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