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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가 7월 1일부터 시장에 판매되는 PC에 유해물 차단 소프트웨어라고 주장하는 'Green Dam Youth Escort(이하 Green Dam)' 이라는 소프트웨어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로부터의 무역분쟁 조짐까지 보였다.

결국 시행 하루전인 6월 30일 중국정부 이 정책 주관부서인 산업정보부(Ministry of Industry and Information)는 제조업체의 준비부족으로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었다. 이를 두고 일시적인 후퇴라는 해석과 사실상의 사업 철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시행시기의 문제일뿐 사업은 진행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한 근거의 바탕에는 뿌리깊은 중국정부의 인터넷 감시와 정보 통제력 장악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Green Dam 이전에도 중국의 모든 인터넷 인프라는 중국정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입김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ISP 업체들은 중국 정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Green Dam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감시를 좀 더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너무나 노골적으로 개인의 네트워크 활동을 감시하겠다는 것에 반발이 심할 뿐이다.


무기한 시행 연기라는 발표속에도 대만의 Acer, 일본의 Sony, 중국의 Lenovo 등은 시판되는 PC에 Green Dam을 탑재하여 납품하기 시작했다. 비록 중국 산업정보부가 연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중국내에서의 상행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기 위한 생존방법이다.

중국의 Haier Group, 대만의 Asus, BenQ 등도 판매되는 PC에 미리 설치하거나 디스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위 중국 정부에 '찍히지'않기 위한 자구노력인 셈이다.

PC 판매 1위인 HP는 미국정부와 함께 관련된 정보를 더 입수한 후에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고, 2위인 Dell은 Green Dam 탑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3위 Acer와 4위 Asus는 Green Dam을 탑재하여 판매하고 있다.

Green Dam 탑재를 실시한 업체들은 Sony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화권이다. 중화권 업체들이 알아서 수용하는 모습을 중국 정부는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탑재를 거부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내새울 것이다.

Sony는 Green Dam 탑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탑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Toshiba는 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탑재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Green Dam을 탑재한 PC와 그렇지 못한 PC의 판매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어떤식의 압력을 행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구입한 소비자 역시 어떤 식으로든 저항할 방법이 없다.

(유해한 정보가 있다는 경고를 보여주는 Green Dam)

China Daily의 보도에 따르면 2일 목요일 중국 산업정보부는 Green Dam 사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사업의 무기한 연기나 폐지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Green Dam은 이미 중국내 인터넷 카페에 사용하고 있는 모든 PC에 설치되어 있고, 올초부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에 공급된 PC에도 의무장착되어 나갔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발표한 Green Dam 의무설치로 글로벌 PC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있었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유 무역에 반하는 조치임을 강하게 제기하자 중국정부는 일시적으로 사업연기를 발표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정부는 Green Dam의 의무설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지이기에 시장에 공급하는 제조사들이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정책자체는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중국정부에 저항해서 거대한 중국시장을 놓치는 것보다는 책임을 중국정부에게 돌리고, 판매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제조사들의 저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인민들이 집단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다. 특히 천안문 사태와 티벳 분쟁을 통해 자칫 잘못하면 정권붕괴와 중국이 조각날 수 있다는 우려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제2의 천안문 및 티벳 사태같은 소요가 얼마든 일어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한 외부세계와의 연대가 가능하기에 중국정부는 온라인에서의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그 근원지인 네트워크 연결 컴퓨터부터 감시하겠다는 것인데, 의도대로 된다면 다음은 모바일 기기로 번질 것이 확실하다.

기술로 사람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이를 막는 기술도 진화하기 때문에 저항은 점차 심해질 것이다. 통제를 위한 통제가 무너지는 것은 긴 시간동안 만든 제도와 기술보다 찰나의 순간이다. 

중국정부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중국정부의 어쩔 수 없는 조치가 한편 이해가 될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그래도 통제가 답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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