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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 신문 역사상 가장 우울한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불어닥친 경기한파로 광고가 줄어들어 폐간하거나 발행부수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신문사들에게는 여러가지 시련들이 겹치고 있다.

신문사(또는 신문)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경기의 영향이 제일 크겠지만, 점점 변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문 읽기 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속도를 신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뉴스 읽기 습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뉴스전달 능력은 온라인 미디어들의 성장으로 의미가 퇴색되었다. 신문보다 더 빠르고 풍부한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에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 대신 종이신문이 온라인 미디어에 비해 뛰어난 점은 네트워크 연결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으며, 디지털 디스플레이 비해 읽기가 편하다는 점이다.

정보의 소비행태가 급격히 바뀌면서 신문이 외면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신문이라는 전통적인 미디어의 가치를 믿고 언제까지나 독자가 종이신문을 읽을 것이라는 신문사들의 막연한 기대와 무대책이 오늘의 신문산업의 위기를 불러온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제 급격하게 변한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신문사들은 온라인 뉴스 공급을 강화하고 있으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몸집을 줄여 지출을 줄이고, 뉴스의 온라인 공급채널을 늘이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있다. 물론 신문과 관계없는 수익사업들도 늘여가고 있다.

신문 위기의 핵심은 광고수주량의 감소에 있다. 발행부수 증가는 구독료의 증가보다는 광고의 영향력과 단가의 상승에만 영향을 주었을 뿐이다. 결국 많은 사람이 보는 신문이 영향력이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광고단가를 매길 수 있었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더이상 신문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서 신문광고는 위기를 맞게된 것이다. 결국 신문광고의 위기는 신문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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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중남부에는 인구 33만의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라는 도시가 있다. 길게 늘어진 캘리포니아 주의 모습에서 보면 샌프란시스코보다는 LA에 좀 더 가까운 위치에 있다.

베이커스필드에는 'Bakersfield Californian(베이커스필드 캘리포니안)'이라는 가족이 운영하는 지역신문사가 있다. 이 신문사는 지역의 10대와 20대의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고 있는 'Bakotopia.com'라는 지역커뮤니티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신문사는 한달에 두번씩 Bakotopia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아서 무료 잡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잡지는 주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직접 쓴 지역이야기를 위주로 싣고 있는데, 신작 영화 이야기나 가볼만한 곳 소개, 스포츠나 취미 생활 등 지역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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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잡지 BAKOTOPIA 3월호)

요즘 젊은 세대들이 신문이나 잡지를 잘 읽지 않지만, 이 잡지는 인기가 있어서 한번 발행시 2만부씩이나 찍어낸다고 한다. 나름대로 고정 독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0대와 20대가 주로 읽는 무료 잡지다보니 그들을 상대하는 지역의 상업광고로 가득찬다고 한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Bakotopia.com의 온라인을 통해 소개된 내용들이며 이들을 모아서 격주 잡지형태로 발행하는 것이다. 결국 지역신문인 Bakersfield Californian은 신문을 잘 읽지않는 지역의 젊은 세대를 겨냥해서 이렇게 잡지 형태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수익은 광고로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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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사는 여기에 더 나아가서 잡지라는 인쇄미디어를 이용한 새로운 실험을 하려고 한다. 'Knight News Challenge'로부터 837,000 달러를 지원받고, 20만 달러의 자체 자금을 합해서 총 1,037,000 달러(15억 6천만원)의 자금으로 'Printcasting.com'이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베타테스트 중이다.

참고로 Knight News Challenge는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아이디어에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를 접수했고, 여기에 Bakotopia.com이 선정되어서 8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지원받았다. 2008년 수상 16개 그룹 중의 하나로 받은 것이다. 그 자금을 기반으로 이 실험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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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의 핵심은, 누구나 쉽게 블로그 콘텐츠를 이용하여 지역 뉴스를 만들고 이를 잡지로 만들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프린트까지 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일반 잡지처럼 광고가 붙어서 수익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Printcasting.com은 광고를 중계하고 수수료를 받으며, 가입자들이 만들어내는 잡지에 광고를 제공하며, 가입자들이 쉽게 잡지를 만들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며 잡지로의 프린팅도 지원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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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나 콘텐츠 제공자가 자신의 기사를 제공하면 발행자는 이를 이용하여 서비스의 각종 템플릿을 이용하여 기사들을 배치하면 이를 PDF 파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여기에 적합한 광고를 붙여 실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광고가 붙은 잡지가 탄생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유료광고를 지원하지 않고 있지만, 서비스가 확대되고 잡지발행이 늘어나면 유료광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잡지는 PDF 파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메일 형태로 발행할 수도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프린트를 해서 오프라인을 통한 배포도 가능하다.

Printcasting.com에 올라오는 각종 콘텐츠들은 커뮤니티내의 어떤 사용자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추후에는 이를 이용하여 잡지를 만들때 광고 수익에 대한 배분에 있어서 최초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수익배분형태로 갈 것이라고 한다.

Printcasting.com가 취하고 있는 블로그 콘텐츠의 잡지나 신문 형태의 발행 시스템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블로그의 글을 약간의 편집과 함께 문서형태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는 또 있다. rss2pdf.com이 있고, feedjournal.com이 있다. 아쉽게도 이들은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서 블로그 콘텐츠를 PDF로 변환시키면 한글이 깨진다.

Printcasting이 rss2pdf와 feedjournal과 다른 점은 광고에 대한 부분이다. 특화된 콘텐츠와 광고를 접목시켜 현재 신문과 잡지가 누리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신문사와 기자라는 시스템으로만 가능하던 일을 누구나 신문과 잡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얼마전 태터앤미디어와 손잡고 탄생한 야구전문 블로그 언론사(야구타임스)의 런칭 역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과 비교해보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광고비즈니스보다는 포털의 콘텐츠 프로바이더로서의 롤모델을 구현했는데, 향후 Printcasting 방식으로의 비즈니스도 생각해볼만 하다.

비즈니스위크는 Printcasting.com의 예를들어 앞으로 신문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기사를 올렸다.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적절한 활용이라는 점이다. 비록 현재 언론사닷컴 온라인의 광고 수익은 신문광고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다양한 형태의 사업모델을 개발한다면 지금의 신문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Printcasting처럼 블로그나 개인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스스로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광고나 기타 사업여건을 개발하는 몫을 업체가 한다면 또 다른 미디어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주 역시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신문이나 잡지 광고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가 가능하며, 실질적인 구독자가 있고, 때에 따라서는 타겟 고객을 겨냥할 수 있는 미디어에 광고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현재 지역의 콘텐츠를 만드는 지역신문사들과 전단지를 배포하는 지역광고사업자의 역할을 적절히 배분하고 좀 더 참신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의 지역 미디어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핵심은 미디어의 소스인데 Printcasting은 현재로서는 블로그가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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