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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17일로 미국 공중파 방송의 아날로그 송출이 중단된다. 따라서 2월 17일부터는 미국에서는 기존의 아날로그 수신 TV로는 공중파 방송을 수신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2006년 실시 예정이었다가 한차례 늦춰서 2009년에 실시하기로 결정했었다. 당시 소비자들이 디지털 전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경제력이 있는 소비자들은 LCD나 PDP 등의 디지털 튜너가 들어있는 TV를 구입함으로써 디지털 방송 수신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아직 아날로그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많은 수의 미국인들은 디지털방송을 아날로그방송으로 바꾸어주는 컨버터를 구입하지 않으면 안테나를 통한 공중파 방송 수신이 불가능해진다.

미국가정의 60% 정도가 케이블TV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케이블TV회사가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고 이를 아날로그로 송출하면 아날로그 수상기로 TV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케이블TV 시청 가구가 아닌 저소득층의 경우 컨버터없이는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가구당 2대 이상의 TV를 보유한 가구는 기존의 아날로그TV를 통해 방송을 보려면 케이블TV 연결이나 컨버터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2월 17일까지 준비를 마쳐야 TV 시청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과 아날로그 TV를 통해 공중파를 보기를 원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디지털 컨버터를 구입할 수 있도록 40달러 쿠폰을 2매까지 무료로 나누어주는 정책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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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지털 컨버터 쿠폰 발급 사이트 한국어 페이지)

하지만 당초 430만건 정도를 예상했던 쿠폰 요청수는 12월에 집계해보니 이미 초과해서 720만건이 접수되었다. 이는 경기 위축으로 디지털TV 구입이 줄었고, 상대적으로 세컨드TV들이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신청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여기에 디지털전환에 대한 인지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가구나 아예 대책이 없는 가구들이 있어서 당장 아날로그 방송 송출 중단으로 TV시청이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충분치 못한 컨버터 물량도 디지털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쿠폰은 발급 받은후 9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히 효력이 없어진다. 지정된 판매처에서 구입을 해야하는데, 물건이 없을 경우 계속 기다려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일 쿠폰발급 90일이 지나면 재신청자체도 불가능해진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아날로그TV 공중파 방송 수신만 가능한 가구가 미국 전체 가구의 약 6.8%에 해당하는 780만 가구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쿠폰은 디지털TV 수신이 가능한 가구라할지라도 세컨드 TV 등을 위해 쿠폰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아서 당초 예상한 쿠폰 발급 수량을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의 영향까지 겹쳐서 디지털 방송전환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당장 오바마 정권 인수팀은 의회에 디지털 전환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아날로그TV 수신가구가 일정에 맞춰 컨버터 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추가 예산 집행을 위한 압박으로 보여진다. 의회가 나서서 추가예산 확보 약속이 나오면 오바마 정부에 한층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자측의 디지털 전환 연기를 두고 방송사와 가전회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방송사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송출시설 및 방송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 입장에서 시간을 벌 수 있어서 디지털 전환 연기요청을 반기고 있고, 컨버터나 디지털 TV 제품 판매를 노리는 가전업체들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같은 방송관련 업체이지만 케이블TV 업체들도 디지털 전환 연기를 반대하고 있다. 아날로그 송출이 중단되면 케이블TV 또는 위성TV는 기존 아날로그 수상기로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자가 늘 수 있는 특수인데 전환 연기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FCC도 디지털 전환 연기 요청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물러날 케빈 마틴 FCC 의장이 강력하게 전환 일정 준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 한차례 연기한 디지털 전환 시기를 또 놓칠 수는 없다는 입장이며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만 가중된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번 디지털 전환 시기 연기와 준수에 대한 논란은 쿠폰 예산의 조기 소진때문에 발생했다. 갑자기 닥친 경기불황이라는 변수가 미국의 디지털 방송전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TV를 구입하려던 고객이 경기불황으로 값싼 컨버터 구입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이런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쿠폰 예산을 더 확보하지 못하면 이 사태는 오바마 정부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디지털 방송전환을 연기하는 것보다는 예정대로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컨버터 선구입후 추후 보상이나 케이블TV 가입후 보상 등의 여러가지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 확보가 된다면 더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아마도 의회의 신속한 결정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디지털 방송전환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비록 2년, 3년의 시간이 있지만 디지털 방송전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1년에, 우리나라는 2012년에 디지털 방송 전환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나 일본은 미국보다 나은 환경에서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안은 시간이 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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