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27살 PC Magazine(PC Mag)의 잡지책 간행이 2009년 1월호가 마지막이 된다. 1982년 1월 창간호가 출간된 이후 만 27년만에 종이로 인쇄하는 잡지책 간행이 중단되고 온라인 PC Magazine은 계속해서 서비스가 유지된다.

온라인 PC Magazine : http://www.pcmag.com

PC Magazine을 운영하는 Jiff-Davis Publishing Holdings Inc.가 27년동안 전세계 PC 및 IT 소식을 전해온 인쇄판 잡지의 간행을 내년 2월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20일 뉴욕 타임즈가 보도했다.

격주로 발행되던 PC Magazine은 전세계 PC 마니아들과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잡지였다. 새로운 PC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창구로 PC Magazine을 최고로 쳐줄 정도로, 온라인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이 잡지책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Intel, AMD, Microsoft, Apple 등 PC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망라하여 다양한 주변기기와 동향까지 전세계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빠른 소식과 신제품 정보를 알려주었던 잡지였으며, 이 잡지의 영향으로 세계 여러나라에 PC Magazine 형태의 잡지책들이 발행되기 시작했다.

미국에 PC Magazine이 있었다면, 우리나라 역시 1983년 11월 창간한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일명 '마소'로 불리는 잡지가 있다. 정보시대에서 Ziff Davis 계열로 편입되었다가 지금은 마소 인터렉티브의 독자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전 창간 25주년 행사도 있었고, 이 부분은 블로거 떡이떡이님이 이 행사에 다녀와 포스팅 한 것도 있다.

25권으로 한눈에 되짚어 보는 현대 컴퓨터 업계 역사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컴퓨터잡지는 하나의 고유영역으로 미디어 부문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컴퓨터잡지는 자신들이 다루던 기술에 의해 발행방법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몰락하는 인쇄 잡지들

PC Magazine의 인쇄물 간행중단 발표는 시대적인 흐름에 따른 것이다. 종이 인쇄물에 의한 전문잡지 발행과 배포는 비용과 효과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디지털 콘텐츠에 더 익숙한 독자들의 증가는 종이 인쇄매체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0년대 초반부터 PC 통신과 인터넷이 활발히 사용되면서 잡지는 곧 책이다라는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은 인쇄매체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곳 저곳에서 터져나온 PC와 IT의 신제품과 기술은 지면으로 메우기 힘들 정도였고, 격주에 한번씩 다루는 것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엔 온라인 미디어가 성숙하기 전이어서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IT와 PC 정보는 인쇄물인 잡지가 가장 최전선이었고 가장 권위 있었다. 잡지가 권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신제품 출시 광고는 잡지책이 제일 우선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런 기술 전문 잡지의 몰락이 본격화 되었다. 종이 인쇄매체의 발간이 우선이었고 부가 서비스로 온라인 잡지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온라인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

초기에 잡지로 발간된 내용 중 일부만을 온라인에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사람들은 책으로된 잡지보다는 온라인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했고, 잡지광고를 싣던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잡지책 발행부수에만 의존하던 잡지사는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한때 PC시장을 좌지우지하며 전도사 역할을 하던 전문잡지의 위상이 추락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기술을 이야기 하고, 최신 유행과 경향을 이야기 하던 PC와 IT 전문잡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IT와 PC기술 때문에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잡지 역시 신문과 비슷하게 광고와 정기구독자에 의해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광고라는 것은 구독자(발행부수)의 숫자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둘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기구독자수의 추락은 곧 광고수주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종이 잡지책의 위력은 점점 온라인으로 넘겨주게 되고,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잡지를 보기 시작했다. 더 많은 광고를 온라인에서 보게되고 잡지는 점점 그들의 눈에서 멀어져 갔다.

이런 영향으로 발행부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잡지사들의 잡지폐간과 폐업이 이어졌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컴퓨터 및 IT 잡지만 해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월간 컴퓨터, 월간 인터넷, 맥월드, 헬로우 PC, 하우 PC 등 이미 기억에 나는 것만 해도 꽤 된다. 게임잡지까지 망라하면 열손가락으로 모자랄 정도로 인쇄매체 잡지의 몰락은 한순간에 일어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 관련 잡지는 몇 종류 되지 않는다. 마소를 비롯하여 PC사랑, PC라인, 온 더 넷 등 몇 종류 되지 않는다. 또 격주간지였던 eWEEK 한국판도 이달말로 인쇄매체 발행을 중단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컴퓨터 잡지의 추억

내가 대학생 시절이던 1990년대 초반에는 많은 종류의 컴퓨터 잡지가 유행했었다. 당시엔 마소를 비롯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잡지와 컴퓨터 주변기기와 인터넷을 다루기 시작한 잡지들, 그리고 게임전문잡지들이 혼재해 있었다.

부록으로 따라 나오는 CD의 소스코드나 라이브러리, 무료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기도 하고, 시절이 지나 무료로 제공되는 PC 게임 타이틀에 기뻐했으며, 신제품 소식에 용돈을 모았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컬러판의 첫장을 넘기면 화려한 신제품들이 목차가 나오기도 전에 앞쪽에 빽빽하게 차지했었다. 신제품 Intel 386 DX CPU에 대한 광고도, ZIP 드라이브 광고, 대형 브라운관 모니터 광고 등 잡지책을 넘기면 당시 최신 유행 컴퓨터 관련 제품의 화려한 카탈로그를 볼 수 있는 것도 잡지만의 매력이었다. 가끔은 본 기사 내용보다 광고를 더 유심히 살펴봤었던 기억이 많다.

컴퓨터동아리엔 매월 두 종류의 컴퓨터 잡지를 받아보았는데, 잡지가 도착하면 서로 먼저 읽어보려고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중요한 기능구현을 연재기사를 따라서 코딩하는 일도 잦았다. 프로그래밍 숙제를 위해 샅샅히 뒤져 코드를 베끼는 일도 잡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매월 1일에 판매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서점엔 전달 25일쯤이면 출판사로부터 잡지가 도착하기 때문에 며칠 사이에 서점을 몇 번씩이나 다녀가며 잡지가 나왔는지 알아보며 기다리는 일도 많았다.

정기구독 할때는 잡지책이 행여나 도난당하지는 않았는지, 들어있는 CD가 온전히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일과였고, 방 한구석 책꽂이에 매월 빠지지 않고 늘어가는 잡지책을 보면서 흐뭇해 하던 기억이 난다.

한때 5천원 정도 밖에 하지 않던 잡지가 어느날부터 8천원, 1만원으로 오르더니 12,000원까지 오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잡지를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그 기억도 너무 오래되어 족히 4~5년은 넘은 것 같다.

돌이켜보면 잡지책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신제품 소식과 리뷰도 잡지보다는 웹사이트, 블로그 등에서 더 생생하고 다양하게 접하면서부터 전문잡지는 소외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전문 잡지책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관련 뉴스와 리뷰와 신제품 소식은 더 많이 늘어났다. 그것은 미디어가 더 다양화 되었고, 더 빠른 방법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되었다.

한때 PC와 IT 기술을 소개하던 잡지의 위풍 당당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당시의 잡지를 통해 감각을 익히거나 기술을 연마하고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던 사람들이 현업의 중간 간부급들이다.

PC Magazine의 인쇄발행 중단소식을 접하면서 20여년 넘게 디지털을 이야기 하던 아날로그 매체의 퇴장은 우리가 얼마나 급변하는 사회에 사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월간, 주간이라는 시간적인 정보의 단절이 분과 초를 다투는 현대에는 더이상 이를 정보로 인식하지 않아려 한다. 이제 종이신문도 어제의 이야기를 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 지금 이 시간의 정보를 원하고 있고, 미디어들은 그런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인쇄매체 컴퓨터잡지의 운명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녕 PC Magazine 그리고 많은 컴퓨터 IT 잡지들이여...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