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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30대 후반)라면 은하철도 999 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이 가득할 것이다. 80년과 96년에 MBC를 통해 매주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었던 만화영화는 당시 또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던 환타지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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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역장 행사에 나온 마츠모토 레이지, 출처 : Flickr yuki80)

'하록선장'과 '우주전함 야마토'를 만든 일본의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본명 마츠모토 아키라)에 의해 탄생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만화다. 처음에 만화로 만들어졌다가 다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여 1978년 일본 후지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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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몇년 뒤 1980년에 MBC가 수입하여 원작 주인공인 12살 '호시노 테츠로'를 '철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몸을 가지기 위해 안드로메다로 여행하는 과정을 로드무비처럼 만들어 매회 한편씩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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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Maetel)이라는 아름다운 여자와 차장(기계인간?)과 열차를 중심으로 안드로메다까지의 여정을 다양한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나중에 나오지만 메텔은 기계화 제국 프로메슘 여왕의 딸이다.

그리고 나중에 메텔은 실제 인물이 아닌 철이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끝부분이어서 애매했지만, 이런 메텔은 당시 모든 남자아이들의 로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은하철도 999는 선과 악, 삶과 죽음 등 주독자층인 어린이를 위한 만화치고는 다소 철학적인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영원한 삶이 과연 인간에게 필요한 것인지, 기계화되어 가는 우리 문명에 대한 비판도 함께 담고 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시엔 그런 철학적인 메시지를 모르고 봤다. 그 나이에 그런 심오한 철학적 깨달음을 느낄 아이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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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는 만화자체뿐만 아니라, 주제가도 우리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타타타'의 '김국환' 아저씨가 주제가를 불렀다는 사실에 더 놀랐던, 그 시절엔 그분이 가수라고 생각도 못했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부서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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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많이 남는 TV 만화애니메이션이 많지만, 은하철도 999만큼 또렷한 기억에 남는 것도 드물다. '미래소년코난'과 함께 봐도봐도 지겹지 않은 만화영화이다.

특히, 철이와 메텔의 알듯모를듯한 러브라인에도 많은 연정을 품었더랬다. :) 지금봐도 한참 누나뻘인데...

메텔같이 생긴 레이지의 만화 여주인공은 여러차례 나온다. 에메랄다스 해적여왕이나 천년여왕 등 (철이 엄마도 비슷하게 닮았다) 검은 망토의 메텔은 많은 남자들의 이상형이었다.

짤록한 허리에 긴생머리, 우윳빛 피부까지 남자들의 로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대표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인지, 머리속에 메텔에 대한 기억은 항상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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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성우 이미자, 송도영, 김기현)

철이 이미자(은하철도 999 2기), 메텔 송도영(은하철도 999 2기), 차장 김기현, 나래이터 김용식, 당시 MBC 성우들의 목소리는 아직 들어도 생생하다. 그 중 차장역의 김기현 아저씨는 배우로도 유명한 분이다. 특히 12.12를 다뤘던 드라마에서 장태완 장군역할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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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살아있는 전설 은하철도 999의 메텔 인형, 출처 : Flickr tnoma)

1980년과 1996년 두차례 MBC에서만 방송을 했던 은하철도999가 다음주 월요일부터 EBS에서 저녁 7시 20분에 방송된다고 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저녁시간에 방송되며, 일요일 아침 10시에 그 주에 방영했던 5편을 연속으로 재방송해준다.

오늘까지 빨강머리 앤이 방송되고 다음주부터는 은하철도 999가 방송된다.

다음 주말에는 몰아서 봐야겠다. 옛추억을 떠 올리면서 말이다.

근데, 요즘 아이들은 은하철도 999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EBS에서 7시 20분에 하는 만화영화는 아이들용일까 부모들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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