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콘텐츠의 생성과 유통에 관심이 많은 나는 MP3P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MP3 플레이어가 음악 콘텐츠를 재생하는 기기이지만, 중요한 것은 MP3 음악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구하며, 어떻게 기기에 담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왜 굳이 MP3를 주목하느냐 하면, MP3가 가장 먼저 유통에 성공한 디지털 콘텐츠의 종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음악도 하나의 정보에 속한다. 음악은 소비자가 소비를 원하는 기본적인 정보 중의 하나이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뉴스도 그렇고 관심사가 담긴 블로그 포스팅도 그렇다.

어제 있었던 3G iPhone의 발표를 보면서, 우리는 왜 저런 제품을 만들지 못할까, Apple, Steve Jobs, iPod 과 같은 열광적인 팬을 만들어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되었다.

아무 이유없이 Apple을 동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들이 열광하니까 따라서 열광하는척 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나름대로 동경하는 이유를 희미하게 알 수 있었다.

iPod이 처음 나왔을때, 이미 세계 MP3P 시장은 어느정도 성숙단계에 이른 상황이었다. 또한 국내업체들이 서서히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었으며,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전자제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MP3P의 보급에 결정적인 것은 인터넷과 P2P 서비스였다. 구입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P2P를 통한 음악 다운로드는 MP3P 시장을 더욱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PMP가 대박을 내려면 영화다운로드 시장이 커져야 하는 이치와 같다.

사실, MP3P가 막 성숙기에 들었을때, 사람들은 MP3P의 기능과 디자인, 가격에 관심을 가졌다. Apple이 iPod을 내놓았을때, 보이지 않게 강조한 것은 흰색 이어폰(당시 타사는 대부분 검은색이었다)과 쉽게 노래를 찾고 들을 수 있는 MP3P의 유저인터페이스(UI)였다. 음악을 듣는 것 자체로는 타사와 경쟁하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Flickr)

그러다가 냅스터사태가 벌어졌고, Apple은 여기서 중요한 사업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iTunes(더 정확하게는 iTunes Music Store)의 등장이었다. '냅스터처럼 쉽게 원하는 음악을 찾게해주고, 쉽게 내 MP3P로 옮겨가게 만들자.' 단순하지만 막강한 비즈니스 모델이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그 후 Steve Jobs는 iPod을 통해 사람들의 욕구를 읽어내기 시작한다. 절대 동영상 플레이어를 만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가 비디오를 지원하는 iPod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단지 듣는 음악 플레이어에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디오 기능을 넣은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되어 있는 콘텐츠 밸류 체인(Content Value Chain)인 iTunes가 있었기 때문에 비디오 콘텐츠 유통에 어려움이 없어서였다.

아직 유료 비디오 다운로드 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지만, iPod을 이용하여 무료 콘텐츠 유통 모델을 시험한 것이 Podcast 였다. Podcast는 MP3P의 가능성을 음악이 아닌 다른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에서 찾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RSS와 Podcast는 다음 세대의 콘텐츠 유통의 훌륭한 모델이 되었다. IPTV와 실시간 스트리밍 등의 기술이 나오고 있지만, 한동안 비용과 기술, 디바이스의 문제로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를 Apple은 Podcast로 풀었다.

그사이 MP3P를 만들던 국내 회사들은 어떠했는가? 다른 전자제품들과 같은 운명의 길을 걸었다. 시장이 포화될 쯤에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저장용량을 늘이고, 기능을 추가하고 다른 제품과의 컨버전스, 가격인하 등 다양한 노력을 했었다.

그러면서, iPod이 한국에서는 고전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자위했다. 그 이유가 단순히 우리나라 소비자의 정서에 맞지않아서였을까? 난 그 이유가 iTunes(iTMS)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단순한 기능의 MP3P는 중국에 의해 한국시장은 초토화되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제품들이 난무하고 있고, 소비자는 저가의 제품에 익숙해져 있다. 아이리버나 코원 등의 MP3P를 고집하는 소비자가 그나마 존재하는 것은 A/S나 브랜드 인지도, 약간의 디자인 선호도에 있을 뿐 중국산 제품들과 그다지 차이를 못느끼게 되었다.

물론 국내 업체들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노력을 했고, Apple을 벤치마킹 하기도 했지만 MP3P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 그들의 한계였다.

Apple이 iPod과 iMac을 내놓다가 왜 갑자기 iPhone을 만들겠다고 나섰을까?

Apple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휴대폰에 대한 욕구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미 Nokia나 삼성전자, Motorola 등 쟁쟁한 제조사들이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은 늘 '휴대폰'이었다. 이들 제조사들은 기능은 늘어나지만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무선인터넷을 집과 사무실이 아닌 아무곳에서나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휴대폰 따로 인터넷 기기 따로 가지고 다니길 원치 않았다. 사람들은 휴대전화의 음성 통화 기능은 필요했지만, 정작 몇 백 달러짜리 고가의 휴대폰의 나머지 기능은 제대로 다룰 줄은 몰랐다.

스마트폰의 필요성이 없음을 휴대폰 제조사 스스로가 알리고 있던 시장을, Apple은 발견한 것이다. 스마트폰은 비즈니스 시장에만 존재한다는 관념도 깨뜨렸다. 개인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그저 휴대폰을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iPhone 1.0은 통신비 제약없는 웹브라우징이 되는 것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2.0은 더 빠른 속도로 브라우징 외에 다른 인터넷 기능들을 연결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iTunes와 같은 iPhone용 콘텐츠 허브를 연동했다. 그것이 바로 App Store와 MobileMe 서비스다. 물론 iTMS도 있다.

iPhone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비즈니스가 기존 휴대폰 제조사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iPod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콘텐츠 장사가 바로 iPhone의 사업모델이다.

레인콤의 양덕준 의장의 회사설립후 공식 인터뷰가 오늘자 전자신문에 떴다.

전자신문 : 민트패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컨버전스 단말기에 도전"

2008/05/19 - [기술 & 트렌드] - 레인콤을 떠난 양덕준 전 대표의 새출발

얼마전에도 언급했지만, 레인콤은 현재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양덕준 사장(현 민트패스 대표)은 레인콤이 MP3P로 계속 간다는 것에 회의적이었을 것이다. 레인콤은 MP3P 회사로 각인되어 있는한 더이상의 성장은 힘들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양 사장은 “앞으로 디지털 시장에서 인터넷 콘텐츠와 단말기의 연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인터넷에 널린 잡다한 쓰레기 정보를 정제해서 개인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단말기에 맞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신문 기사 내용 중 일부인데, 결국 레인콤에게 음악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네비게이션도 아니다. 전자사전도 아니며, DMB 플레이어도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민트패스 홈페이지 출장의 달인)

한때,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사업모델이 콘텐츠 유통에 대한 것이었다. 플레이어는 MP3P 였지만, 음악 외에 다른 콘텐츠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기초하에서 생각했던 것인데, 민트패스에 의해 구현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odcast에 대해 유독 관심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만일 지금의 레인콤이 앞으로 5년 10년 뒤에도 존경받는 회사, 발전하는 회사가 되려면 MP3를 벗어나야 한다. 그 사실을 양덕준 민트패스 대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PS. Podcast와 비즈니스에 대한 포스팅들

2006/02/21 - [기술 & 트렌드] - Podcasting
2006/03/08 - [기술 & 트렌드] - 뉴스 기사를 MP3로 들을 수 있다면? (1)
2006/04/12 - [기술 & 트렌드] - 국내에서 Podcast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
2006/06/02 - [기술 & 트렌드] - Podcast의 영향력은 점점 강해진다.
2006/06/05 - [기술 & 트렌드] - MP3P의 살 길
2006/06/15 - [기술 & 트렌드] - MP3P의 살 길(2)
2006/06/17 - [기술 & 트렌드] - 팟캐스트로 뭘 할 수 있냐고?
2006/06/19 - [기술 & 트렌드] - MP3 Player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2006/07/14 - [기술 & 트렌드] - TTS를 이용해 간단히 만들어 본 Podcast
2006/08/12 - [기술 & 트렌드] - 팟캐스트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활용 중
2006/10/17 - [기술 & 트렌드] - Podcast와 Time-Shift 그리고 방송
2006/12/19 - [기술 & 트렌드] - 기업은 Podcast를 이용한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07/02/23 - [기술 & 트렌드] - PMP와 MP3P 그리고 MP4P 시장의 개화
2007/05/15 - [기술 & 트렌드] - 기업의 블로그 활용방안 및 Podcast의 활용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