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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의 단박인터뷰에는 영화배우 성룡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유명한 홍콩영화배우가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인터뷰 프로그램에 직접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놀라워 보였다.

그가 인터뷰한 내용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의 홍콩영화(산업)가 전성기 시절에 비해 많이 쇠퇴한 이유가 무분별한 영화 불법복제로 인하여 수익성이 나빠졌고 이로인해 제작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며, 불법복제 근절에 힘쓴다면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팬사인회에서 만난 어린 중국팬에게 자신의 영화가 들어있는 CD(아마도 VCD)에 사인해 주려 했는데, 그것이 불법복제물이어서 사인해 주지않았고(물론 팬 본인도 불법제품인지 몰랐다고 한다), 매니저를 시켜 근처 백화점에서 정품을 사오라고 했는데 매니저도 정품을 구하지 못해 복제품을 사왔다는 일화를 이야기 했다.

물론 웃으면서 재밌으라고 한 부분도 있겠지만, 중국의 저작권문제가 심각함을 중국인인 성룡조차 대놓고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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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리의 불법복제 DVD 판매점, 출처 Flickr)

그도 그럴것이 중국에 가면 백화점 매장에서 불법복제된 영화 DVD나 음반, 드라마 CD 등을 버젓이 내놓고 판매하고 있으며, 오히려 정품을 구하기 힘들다.

나도 (몇년전이지만) 몇차례 중국을 출장차 다녀왔지만, 저작권이 걸린 디지털 콘텐츠의 복제실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분명 중국에서도 불법복제 음반 CD나 영화 DVD(예전에는 영화 VCD) 등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그것도 매장을 갖추고 말이다.

노점상으로 판매되는 것도 있었지만, 웬만한 백화점의 음반 영화 코너에는 어김없이 복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몇년전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은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판매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또한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DVD가 복제품인지 정품인지 따지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인들이 쉽게 주머니를 열 정도의 가격으로 내놓았고, 사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몇 위안(약 천원 안밖) 정도면 구할 수 있었다. 원래 정품은 1만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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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도 통상압력때문에 대대적인 불법복제 단속을 하고, TV를 통해 중계도 한다. 때되면 불법복제 DVD, CD 등을 수거하여 불에 태우거나 중장비로 부수는 쇼를 한다. '우린 불법에 대해 단호하다'라는 메시지를 서방에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불과 몇년전까지는 우리나라 용산 등지에서 보였던 퍼포먼스들이었다.

사실 불법복제는 동양에만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도 불법복제는 흔하게 발생한다. 다만, 불법복제에 대한 태도가 동서양이 좀 다를 뿐이다. '범죄로의 인식'에 대한 차이가 심각하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당국과 법에 의해 엄하기 때문에 서양(유럽과 미주)은 그나마 내놓고 불법복제가 없을 뿐이다. 인간의 욕망은 대부분 비슷하다. 돈을 내는 제품의 대체제(싸거나 공짜)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 지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

동양은 비교적 서양에 비해 늦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보급되었고,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저작권인식과 실생활의 괴리가 있다.

원가가 별로 들어갈 것 같지 않은(소비자의 생각) 재화에 대해서는 아주 싸거나 공짜여야 한다는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음반 CD, 영화 DVD(파일) 등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물질 형태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가격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요즘엔 그런 인식의 차이가 곧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판가름을 하는 잣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웃국가인 일본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도 나름대로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에 못미치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 우리와는 차이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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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lickr TELPortfolio)

곧 8월이 되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의 성공여부는 중국에 대한 대외위상문제와 함께 중국인들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 어느때보다 인터넷과 미디어가 발달한 시기에 맞은 초대형 국제행사이기 때문에 세계인의 관심이 중국으로 모아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런면에서 비록 스포츠이긴 하지만, 올림픽의 중요한 성공요인인 중계방송이라는 콘텐츠 사업이 저작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모아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 미디어시대의 시작기였던 2002년에 월드컵을 맞이했었다. 마침 미디어들은 때를 놓치지 않았고 큰 수익을 올렸으며, 그 이면에는 저작권 문제의 이슈가 있었다. 스포츠 중계 저작권은 이미 크나큰 이권의 문제이며 상업방송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강력한 저작권 통제와 단속이 있었다.

맥주집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월드컵 중계를 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떠들었던 미디어사들의 주장을 기억할 것이다. 주요 골장면 등을 편집하거나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면 불법이라고 했었다. 그런 모든 것이 저작권의 틀에서 강조되었던 사안들이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넘어서야 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경기를 주관하는 IOC와 중국의 주요 미디어들이 중국의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관심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자국 선수들의 경기나, 중요 빅매치의 중계경우 독점 방송권을 가진 미디어가 과연 어떻게 이를 대처할 것인가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의 모든 경기가 디지털 미디어로 만들어지고 전송될 것인데, 중국인들이 단순히 TV와 라디오 같은 기존 매체에만 만족할 것인가, 중요 장면을 비디오 공유 사이트나 자신의 블로그, 홈페이지 등에 활용하지 않을까하는 예상은 쉽사리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언젠가 일어날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실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중국 정부와 IOC의 입장이다.

2006년 동계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약 25억 달러의 미디어 수입을 예상하고 있는 IOC에게는 이번 올림픽에서 라이선스 미디어 외의 다른 모든 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다른 나라도 아닌 저작권의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심장부에서 저작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주관 미디어인 CCTV는 이미 이런 일에 대비하여 기술적인 준비를 마친상태라고 한다. 중국계 IT 벤처기업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Vobile의 영상지문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불법복제가 이루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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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인터넷망도 벌써부터 저작권 침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은 계도수준이지만, 실제 저작권침해가 일어났을때 어떤 식으로 단속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미 만연해 있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인식이 중국정부의 노력과 업계의 기술적인 보호막으로 꺾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저작권 인식이 업그레이드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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