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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가 끝났다. 올 CES에는 특별한 그 무엇이 없었다. 작년 CES는 같은 기간에 열린 Macworld 때문에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었다. 작년은 알려진대로 애플의 iPhone 발표 때문에 IT 분야의 이목이 그쪽으로 몰렸기 때문이었는데, 올 해 역시 CES는 볼거리가 없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전자신문 : CES 키워드 "디자인, 무선인터넷"

그나마 올해의 화두가 무선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할 것 같다. 또 하나의 생소한 단어가 이슈가 될 조짐도 보인다. MID (Mobile Internet Device)라는 '모바일 인터넷 단말기'라는 것인데, UMPC의 고가격 대비 부진한 성능의 만족도 때문에 나온 새로운 단말들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이름만 거창할 뿐 기존의 단말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좀 더 작아지고, 좀 더 싸졌을 뿐이다.

그 외엔 최근 몇 년동안 계속 같은 내용으로 반복한 디스플레이 크기 경쟁뿐이었다. 예전 Intel과 AMD가 벌이던 MHz 경쟁을 보는 듯 하다. 기대했던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고, 기술이 아닌 디자인으로 승부한다는 컨셉은 CES의 성격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전자신문 : [기자수첩]CES, 컴덱스의 교훈을 생각할 때

기사 내용은 앞으로 CES를 참가하려는 기업이나 CES에서 뭔가를 얻기 위한 기업은 참고해야할 것이다.

안될 조짐이 있는 국제 전시 행사는 대부분 패턴이 비슷하다.

인기를 얻으면, 당장 참가 신청 기업이 늘어나고 그러면 부스 임차 비용이 높아지며, 주변 숙박 통신 등의 요금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일 행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참가자들은 냉정하게 다음 참가 의사를 접어버린다. 전시 행사가 시들어 가는 것이다.

CES 이전에 COMDEX가 그랬고, 지금은 CeBIT이 그 길을 걷고 있다. COMDEX는 매너리즘에 빠진 국제행사로 낙인 찍혀서 행사의 실효성때문에 문을 닫았다. 대신 CES가 뜨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CeBIT은 정보통신 분야의 큰 행사로 몇 년동안 인기를 모았으나, 3GSM(올해부터 Mobile World Congress로 명칭 변경)의 등장으로 반쪽짜리가 되었다. 2월에 행사가 있고 바로 3월 초에 CeBIT이 열리기 때문에 참가사들은 두 행사 중 하나에 집중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CES가 끝난지 2개월만에 다시 비슷한 행사가 열리는 것이므로 시간적인 여유도 없는 편이다. 정보통신 분야는 3GSM에, 가전분야는 CES에 관심을 뺏기기 때문이었다.

2007/03/19 - [기술 & 트랜드] - [CeBIT]CeBIT의 어두운 그림자

작년 CeBIT 전시회를 다녀오면서 느꼈던 것인데, CES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전시회의 흥망은 전시 분위기나 새로운 기술의 발표뿐만 아니다. 여러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전시 환경이나 전시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사였는지가 중요하다.

비싼 돈을 들여 부스를 임차하였는데, 손님은 찾아오질 않고 계약건이나 상담건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행사가 끝나고 전시회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할 것이다. 과연 앞으로도 계속 이 전시회에 참가해야 할 것인가를 말이다.

숙박비가 평소의 2배 3배가 올랐다면, 전시회 유지 및 진행 비용도 많이 오를 수 밖에 없다. 돈을 벌러 갔다가 돈만 쓰고 오는 전시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제 전시 행사는 행사를 여는 도시의 이미지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구가 3년 뒤 열린 국제 육상 경기를 유치하여 그토록 기뻐하는 이면에도 이런 국제 행사가 도시 전체를 홍보하고 경제적인 실익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유명 국제 행사 주체사와 해당 지방정부는 전시자를 위한 배려에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그리고 성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한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거래 연결이나 상담회 추최 등 자칫 대기업 위주로 흐르는 행사 분위기만을 강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전자신문 : 2008 CES 한국관 운영점수는 '낙제점'

또 이런 얘기가 나왔다. 구석진 자리에 방문객은 없는 한국관 부스는 CES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명 국제 행사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관의 다닥다닥붙은 국가관(Pavilion)에 가보면 한국관이 왜 문제가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몇몇 정부 기관과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국가관은 공짜가 아니다. 이미 개별 부스 임차비용의 50%가 넘는 비용을 참가비라는 명목으로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다.

돈을 내고 참가지원을 하는 것인데도 제대로 좋은 위치를 잡지 못하고 내방객수도 적은 곳을 잡았다. 행사에 처음 참가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을텐데 자치 잘못하면 국제 전시 행사 무용론이 나올 판이다. 이런 모습을 여러번 목격했는데, 올 CES에서도 역시나 바뀐 것은 없나보다.

어찌 되었건, CES가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는 것이 이번 행사 결과의 주 내용이다. 볼것은 별로 없고 찾는 이들을 실망시켰으니, 전시자들의 실망도 얼마나 클 것인가.

이러니, 다음 주에 열릴 Macworld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티브 잡스라는 스타 CEO 한 사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흥행이 예상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는 언론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Macworld 역시 매번 새로운 이슈를 내놓지 못하면 외면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올해는 iPhone에 이어 어떤 이슈를 터뜨릴지 주목을 받고 있지만, CES 처럼 기대만 크고 실망하는 행사가 될지도 모른다.

이래서 국제 행사는 정말 유행을 쉽게 타는 것 같다. 인기를 얻으면 유지하기도 힘들고, 그 틈을 노려 새로운 전시 행사가 자꾸 나타나기 때문이다.

CES나 CeBIT은 옛 영광만을 기억할 것이 아니라, 진정 행사 참가사와 방문자들이 어떻게 하면 편하고 상호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지를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벤치마킹하고 배울 수 있는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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