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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용산전자상가로 나들이를 나섰다. 요즘 블로고스피어를 달구고 있는 용산전자상가에 물건을 사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터미날상가옆 주차장에 주차하고 선인상가쪽으로 물건을 사러 갔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 때문인지 선인상가쪽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터미날상가 앞은 모두 불법복제 DVD 판매점들 일색이다.

사러간 물건은 전자사전이다. 아내가 큰 아이 영어 공부를 가르치는데 필요하다고 사자고 했는데,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적이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고, 컴퓨터로 찾아 주는 일 역시 번거롭다는 이유에서 전자사전 구매를 결정하였다.

마침 큰 아이 할머니께서 학자금 명목으로 돈을 주신 것이 있어서 그 돈으로 사기로 했다. 초등학생에게 전자사전을 사준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달라서 모든 것이 빠르다. 전자사전 역시 갖추어야할 교보재 중의 하나이다.

전자사전을 사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이리 저리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사전전용 전자사전들은 대부분 10만원대에서 판매되고 있었으며, 흑백 화면이었다. 반면, 최근에 나오는 제품들은 컬러에 MP3 기능에 단어를 읽어주는 Voice Speech 기능들이 대부분 들어 있었다. 가격은 20만원대에서 3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어차피 10만원 이상을 주고 살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이왕이면 좋은 제품을 사주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우선 전자사전 제품이 강점이 있는 회사를 찾으니 단연 샤프전자(샤프코리아)였다. 레인콤의 아이리버 딕플과 한누리비즈의 누리안 시리즈가 더불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

전자사전 기능만 고려한다면 흑백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동영상이 동작된다면 반드시 컬러 LCD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가격이 30만원대로 뛰는 요인이 된다. 영상처리하는 프로세서 추가와 LCD가 컬러로 바뀌어야 한다.

20만원대는 동영상을 지원하지 않고, 단어와 MP3 기능, FM 라디오, 내장 플래쉬 메모리 등의 지원으로 가격대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30만원대의 최고가는 컬러에 대부분의 전자사전 기능 외에 전자수첩 기능과 동영상 재생기능, 카메라, 게임지원, 터치스크린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

전자사전을 사려고 했기 때문에 전자사전 기능에 충실한 제품부터 골랐다. 그래서 샤프 제품으로 골랐고, 이왕이면 멀티미디어 기능이 있는 것을 구매하려는 마음에 동영상(MP4 재생)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카메라 기능과 터치스크린, 게임 기능 등이 제거된 제품을 골랐다. 기능에 비해 가격을 올리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고른 제품이 바로 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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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전자 리얼딕 RD-CX200)

강동원이 나온 TV CF로 유명한 샤프전자의 RD-CX200 이다.

한글,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사전 65권이 들어있고, MPEG4 영상 재생, MP3 재생에 보이스 레코딩, FM 라디오 기능이되는 26만 컬러의 4.3인치 와이드 TFT LCD를 채용한 신제품이다.

다나와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장 싸게 파는 곳이 312,000원이었고, 그 가격에 용산에서 구매하였다. 온라인(매장판매 불가)은 30만원이 최저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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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처럼 어른 한 손 크기이다. 생각보다 작았으며,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의 묵직한 느낌이다. 초등학생이 쓰기엔 약간 무거운 감도 있지만, 무게와 함께 튼튼해 보이는 외관을 가졌다.

키보드(버튼이라고 불러야 하나?)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다른 전자사전을 사용해보지 못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키보드를 누른 것과 누르지 않은 것의 편차가 적어서 단어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 제품만의 단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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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의 오른쪽엔 추가 SD/MMC 카드슬롯이 있으며, 그 옆에 충전기 연결포트와 이어폰(FM안테나)가 있으며, 왼쪽엔 USB 포트와 3개의 MP3P 동작버튼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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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기능이 제공되는 메인 화면이다. 메뉴로 호출이 가능하며, 자주 사용하는 사전 기능과 MP3 등은 다이렉트 호출 버튼이 자판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사전은 다양한 사전이 들어가 있는데 65권의 다른 종류의 사전이 들어가 있다.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는 기본이고, 각각의 회화사전, 옥편, 고사성어, 용어 사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전 수록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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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에서 6급까지의 6권도 포함되어 있어서, 사전의 내용면에서는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한은 YBM 시사에서 제공하는 e4u로 229,600어, 국어는 민중서림 엣센스의 220,000어, 일어는 엣센스 115,000어, 중국어는 엣센스 145,200어가 각각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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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검색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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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어 검색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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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생활영어회화 사전도 들어 있어서 상황에 맞는 회화를 검색해서 찾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단어를 찾으면 읽어주는 기능이 제공되는데, 이 부분이 참 아쉽다. 일단 소리가 너무 작다. 볼륨을 최대한 올려도 단어를 읽어주는 소리는 작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인 합성음으로 들려주다보니, 단어에 따라서는 읽어주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기도 한다. 남자와 여자 음성이 번갈아 나오며, 빨리 나오기도 하고, 늦게 나오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채용한 프로세서 속도의 문제로 예상된다. 음성은 Voxware(구 L&H)사의 음성합성엔진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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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200의 자랑거리라고 내놓은 기능 중의 하나인 멀티미디어 기능이다.

전체적으로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기능과 성능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질은 장시간 듣고 있기엔 힘들다. 의외로 멀티미디어에 대한 기능 지원은 약한 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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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동영상 기능 역시 화질과 음질은 예상밖으로 낮은 퀄러티를 보였다. 영상의 경우 소개한 페이지에는 WMV9와 MPEG4 지원이라고 소개하지만, 정작 디코딩 가능한 코덱은 Xvid MPEG4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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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다양한 멀티코덱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기존 영상을 변환해서 들을 것이라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겠지만, 기존 만들어진 MP4 영상들은 재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CX200을 구매하게된 동기 중의 하나가 바로 무료 콘텐츠 제공이었다. 다양한 포맷의 코덱을 재생할 수는 없지만, 유료 어학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면 큰 문제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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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되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중학생이상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콘텐츠들이다. 시간날때마다 다운로드 받은 콘텐츠로 공부를 한다면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것들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니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5분짜리 동영상 강의의 경우 대략 100메가가 조금 안되는 용량들이어서, 한꺼번에 넣어두고 다 보기는 힘들다. 무료 이외에 유료 제공하는 것들도 있다고 하는데, 일단 무료만으로도 만족할만큼 동영상 및 오디오 콘텐츠는 많이 제공된다. 다만 종류가 아직 많지 않다.

다운로드 받은 콘텐츠는 DRM이 걸려있어서, PC나 다른 기기에서는 재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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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유용한 기능은 전자 앨범 기능인데, 작은 사이즈 그림부터 큰 사이즈의 그림까지 디카로 찍은 사진을 바로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자주 보고 싶은 사진은 넣어두고 감상하면 좋겠다. 슬라이드 기능도 제공한다. 되도록 800X600 정도의 해상도로 맞추어 저장하면 빠르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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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북 기능은 의외로 마음에 든다. 텍스트와 함께 읽어주는데, MP3 형태로 녹음이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고 괜찮았다. 오디오 북 역시 샤프전자의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플래쉬도 지원하는데, 아쉽게도 플래쉬 파일은 2MB 이하만 지원하며, 게임 파일은 지원하지 않는다. 실행은 되지만, 상하좌우키 설정이 되지 않아 게임은 불가능하다.

FM라디오 성능은 이 전자사전 최고의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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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는 그런대로 봐줄만 하지만 라디오 전파 수신율은 정말 형편없다. 기본적으로 외장이나 내부 안테나를 사용하지 않고, 이어폰을 이용하여 신호를 수신하는데, 수신율이 난전에서 파는 5천원짜리 라디오보다 못하다. 신호를 잘 잡지 못한다. 집안에 있는 다른 라디오는 잘 잡히는데, 전자사전만 잘 잡아내지 못하고 잡음이 심하다.

차라리 비용을 좀 더 줄이고 라디오 기능을 제거하고 제품을 출시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주 고객층 중의 하나가 중고등학생(라디오 청취율이 높은 세대)이라서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낮은 전파 수신율은 제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초등학생 아이를 위해 너무 비싼 전자사전을 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학을 가르치는 아내와 앞으로 교육적 활용을 위해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닌텐도 DS도 15만원 정도밖에 안하는데, 전자사전으로 이 두배의 가격으로 샀으니 비싸다는 느낌은 당연하다)

큰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전자사전을 보유한 가정이 많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종이사전을 이용해서 단어찾는 것을 어려워한다. 너무 쉽고 빠른 방법만 찾는 것 같아서 씁쓸하긴 하지만, 지금 세대는 능률의 세대 아닌가.

예전 학교 다닐 때, 표창장 부상이나 졸업 선물로 받았던 두꺼운 사전이 기억난다. 한글사전, 영한사전, 영영사전, 옥편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전들이 책상 한구석을 차지했었다. 찾은 단어를 책 한구석에 빼곡하게 기록하며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그런 종이 사전보다는 컴퓨터와 전자사전과 같은 기기에 의존하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무거운 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전자기기에 너무 의존적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앞선다. 사전도 책인데, 책을 읽기 싫어 전자사전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책을 더 멀리하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왠지 꺼림칙하다.

그나저나, 용산전자상가는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손님 대하는 것은 문제가 아주 많다. 누가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인지, 물건을 파는 사람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많다. 전자사전을 최저가로 살 수 있었던 매장도 손님 보기를 뭐같이 봤다. 싸게 사는 것이 죄는 아닐텐데 말이다.

대부분 비싼 부품이나 기기는 매장에 잘 가져다 놓지 않기 때문에, 전화로 연락하여 도매상에 연락해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사이에 손님은 참으로 뻘쭘하다.

그냥 근성으로 대하는 모습(엄청 바쁜 척 부산을 떤다. 담배 뻑뻑 피우고, 자기들끼리 농담하고, 전화기 계속 붙들고 있고, 앉으라는 소리조차 하지 않는다)과 거래명세서(세금처리 불가 영수증)에 휘리릭 그리듯이 가격 적어 손님에게 던져주고는 물건도 오지 않았는데 돈부터 내놓으라고 한다.

이런 모습이 일반적인 용산 매장의 풍경이다. 오히려 친절하게 굴면 용산매장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을 지경이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는 나지만, 용산을 처음 찾거나 가끔 오는 사람에겐 썩 좋은 느낌은 주지 못할 것이다.

선인상가 21동 3층에 위치한 아이코다가 왜 잘 되는지는 용산상가에 자주 다녀본 사람은 느낄 수 있다.(아이코다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욕 얻어 먹는다) 자기 돈 내고 물건을 사도 서비스라는 것은 받은 느낌이 나지 않은 곳이 바로 용산이다. 그들은 상도부터 배워야 한다.

언제 시간내서 용산전자상가에 대한 생각을 적어볼 생각이다.

어쨋거나, 원하는 가격에 전자사전을 샀다. 샤프전자의 RD-CX200은 나름대로 괜찮은 기능을 제공하면서 간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서는 괜찮은 편이다.

만일 무료 어학콘텐츠(동영상, MP3)를 찾는다면 이 제품이 괜찮다. 풍부한 사전과 무료 콘텐츠의 제공은 장점이 분명하다. 다만, FM 라디오 성능 및 동영상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같이 제공되는 파우치도 고급스럽고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하다. 퀵버튼을 제공하는 MP3P의 기능은 음질만 크게 고집하지 않는다면 웬만한 MP3P를 대체할만하다. 외부 SD/MMC를 지원하므로(2GB까지) 콘텐츠나 영화, 음악 등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괜찮은 활용법이다.

만 하루만에 이 제품의 기능을 거의 파악해 버렸다. 덕분에 이틀의 시간이 너무나 잘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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