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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Web 2.0 이라는 용어에 대해 부정적이다. 더 정확하게는 이 용어의 남발에 대해 아주 부정적이다.

그러나 Web 2.0이 하나의 통일된 트랜드(의미의 수렴)를 제공한다는 측면과 더 많은 정보를 더 쉽게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다는 정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내가 Web 2.0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이를 마치 공식화하고 모든 비즈니스를 획일화시켜간다는 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Web 2.0의 영향력이 그렇게 막강하고 위력적이라면, Web 2.0 기술과 서비스로부터 직접적인 수익을 발생시켜야 한다. 이제 Web 2.0이라는 용어가 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까지 알려지게된지 1년이 넘었다. 1년이 Web 2.0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충분한 기회였다면, 올해는 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어떻게 발생시키는 지를 보여 주어야할 것이다.

Web 2.0 대표주자로 인정받은 YouTube는 구글에 인수되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증명해 보였다. 그 외에 많은 Web 2.0식 기업들은 VC와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그렇다. 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Web 2.0 사업모델은 바로 '인수 또는 투자'일 뿐이다.

1998에서 2000년 초에 많은 벤처들이 생겼다. 그때는 IT 비즈니스를 한다고 이름만 걸면 소위 '묻지마 투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때 회사를 소개하는 제안서는 대부분 이랬다.

'코스닥 상장을 위한 ~~~ 사업 계획안'

모든 벤처들의 꿈이 코스닥 상장(IPO, 기업공개) 뿐이었다. 그때의 벤처캐피털들 역시 당대의 트랜드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고, 리스크에 대해서는 덜 민감했다. 이런 투자 트랜드는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로 건너왔다. 미국 VC(Venture Capital)들의 투자성향을 국내 VC들도 따라했었다.

또한 거품붕괴로 불리는 2000년대 초의 벤처몰락을 우리 역시 그 바로 뒤에 겪게 된다. 한때, 인터넷 벤처를 한다(다닌다)고 이야기 하면 대박과 주식, 상장 등으로 연결되던 이미지는 어느새 춥고 배고픈, 그리고 힘든 직장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작년부터 다시 인터넷 서비스 벤처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벤처들에 앞에 나타난 Web 2.0은 트랜드 뿐만 아니라, 다시 옛 영광을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다시 VC들이 벤처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마침 미국의 Web 2.0식 기업이라고 불리는 업체들이 대박(투자 대박)소식에 그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그러나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이미 앞서 투자한 VC들은 투자회사들의 1년 실적을 보고받고는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놓고 있다.

레드헤링은 이런 미국 VC 들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Redherring.com : Web 2.0 Losing Steam?

Browster, FilmLoop, Insider Pages, Raw Sugar 등 Web 2.0 기업으로 대표되던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조명하며 이들의 몰락과 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작년 3분기 동안 미국 VC들이 Web 2.0 기업에 투자한 돈은 무려 4억 5천 5백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그런 투자 기업들 중에 상장한 회사는 하나도 없으며, 겨우 4개 기업만이 인수되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다우존스의 벤처원, 에네스트 & 영 발표)

1년전 VC로부터 580만 달러를 투자받은 무료 브라우저 플러그인 제작사 Browster는 벌써 문을 닫을 위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가이드 사이트인 Insider Pages는 최근 자사의 직원 2/3를 해고 했다. 이스라엘 검색엔진 회사 Raw Sugar 역시 작년 12월 문을 닫았다. 또한 많이 알려져 있는 비디오 다운로드 서비스사인 구바(Guba)역시 몇주전에 창업자와 임원들이 회사를 나가 버렸다.

이런 Web 2.0 기업들의 몰락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수익원이 뚜렷하지 않았던 결과이다. 트래픽을 몰고 올 수도, 수익이 발생하지도 않는다면 아무리 멋진 Web 2.0 서비스를 제공한다해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 이런 조짐이 조심스럽게 실리콘벨리로부터 흘러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금도 IT 뉴스에서 Web 2.0 식의 기업들의 각종 신규서비스와 설립 소식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기업이 생겨나고 사업시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단순히 투자를 받기위함이라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VC 역시 투자한 모든 회사의 성공을 바랄 수는 없다. 그렇지만 투자금액에 손실을 입히지 않으려면 Web 2.0 식의 포장만 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는 잘 가려야 할 것이다.

아직도 묵묵하게 한국 IT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투자의 트랜드는 Web 2.0일지 모르겠으나, 그 자체가 목적인 회사들 보다는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열정을 더하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이런 회사들에 투자를 늘여 줬으면 한다.

Web 2.0의 트랜드를 자사에 잘 활용하는(투자나 M&A가 아니라),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가 Web 2.0을 적용한 서비스 및 제품이라고 하지 않아도 시장은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그것은 트래픽과 수익이라는 것으로 밝혀진다.

아직도 일부 벤처기업들이 Web 2.0이라는 것에 대해 활용하려는 범위가 투자와 M&A라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제 1년이 넘은 국내 Web 2.0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실적과 현재의 모습을 조만간 분석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투자의 실패에서도 배울 것은 많다. 그러나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유를 반드시 아는 것이 중요하다.

Web 2.0이 해당 기업의 종착역이 아니라, 달리는 기차(기업)의 터보엔진이 되어 종착역에 빨리 갈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이 진정 Web 2.0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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