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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ommunications(이하 SK컴즈)의 엠파스 지분 24.4%를 사들여 대주주가 되었으며, 경영권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엠파스의 검색엔진을 제공하던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분 29.5%를 엠파스와 SK컴즈 양사가 공동으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줄거리이다.

많은 언론과 네티즌, 블로거들이 나름대로 이번 인수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나는 내가 보는 관점에서 이번 인수에 대한 의견을 남기고자 한다.

먼저 현재 포털의 구도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다음, 야후, 네이트, 엠파스'의 5강 구도이다. 여기에 KT의 파란이나 구글 정도를 포함시키려고 하는 정도이지만, 본격적인 포털 경쟁에 뛰어들기엔 이 두 서비스는 미약하다. 그 외에 드림위즈와 코리아닷컴이 있다. 한국 MSN(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은 포털로 인식이 되지 않아 제외했다.

한국에서 포털은 1위에서 3~4위 정도까지가 의미가 있다. 시장이 좁고, 한국어권에서 3~4개 정도의 포털만 있으면 더이상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 이미 자력으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네이버와 미디어 분야 강화를 통한 2위 다음 그 외엔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양대 서비스로 급격한 성장을 이룬 네이트, 글로벌 포털 야후 등이 뒤를 따르고 있으며, 엠파스는 이들 4개 포털에 비해 자금력과 서비스 이슈가 부족하여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누가 뭐래도 네이버와 다음은 이미 자본과 서비스가 안정화되어 있고, 나름대로 정통포털의 네이버와 미디어 포털의 다음으로 위치가 양분되었다. 이들의 1,2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3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각축전은 생존이냐 도태냐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3등하기가 곧 살아남기가 되는 상황에 몰린 것인데, 이들 3위 그룹에는 글로벌 포털 야후코리아와 SK컴즈의 네이트, 엠파스, 파란, 드림위즈, 코리아닷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그룹에는 SK그룹의 네이트, KT그룹의 파란만이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SK의 이동통신, KT의 유선통신 등의 지원자원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엠파스와 드림위즈는 서비스와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다. 또한 코리아닷컴은 대성그룹인수되면서부터 이미 포털로서의 기능이 서서히 상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나머지 포털들은 자본을 가진 포털에 대해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민에 구글이 언제든지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외부 상황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구글이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거대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야후코리아와는 또 다른 글로벌 포털이 들어서게 되는 상황을 맞는다.

3위 그룹의 생존 경쟁과 구글의 한국진출 여부가 바로 국내 포털의 재편을 가속화 시키고 M&A 및 판도변화를 예고하는 주재료인 것이다. 얼마전 구글의 R&D 센터 한국 설립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들 3위 포털 그룹의 불안은 가중 되었다. 구글의 한국진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구글은 누가봐도 검색엔진의 강점을 가지고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점을 다 알고 있기에 기술적인 경쟁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네이버가 첫눈 인수를 통해 인적자원 확보를 했다는 사실이 이 대목에서 눈치챌 수 있는 것이다. 첫눈을 사들인 주된 이유는 바로 구글의 한국진출과 무관치 않다. 검색 기술의 확보가 구글 한국진출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SK컴즈가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3위 그룹안에서 M&A의 재료는 SK와 KT의 자회사를 제외한 엠파스와 드림위즈인데, 드림위즈보다는 엠파스가 검색분야에서 뛰어난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 인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엠파스는 공공연하게 M&A에 대한 소문이 나 있었다. 시장에서 엠파스가 살아남을 마지막 보루는 바로 M&A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특히 구글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구글의 취약한 '한국형 검색'에 적합한 회사로 엠파스를 선택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물론 어제 기사에는 엠파스가 구글과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하는데,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박석봉 엠파스 대표이사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경영자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들렸다. 또한 검색엔진 기술을 지원하는 코난테크놀로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성장을 전재로한 인수합병에 뛰어들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에, 가장 가능성 있는 SK컴즈에 인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잠시 코난테크놀로지에 대해 알아보면, 코난테크놀로지(이하 코난)는 기업형 통합검색엔진을 납품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코난의 최대 장점은 그들 구성원에 있는데, 대부분 석박사 출신으로 엔지니어 층이 두텁다. 또한 멀티미디어 검색에 대한 기술을 나름대로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래 검색 기술을 선도할 기업으로 인정을 받기도 하고 있으나, 포털과 달리 기업형 검색엔진 납품 시장은 이미 포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자산관리(DAM) 시장에서도 SBS의 방송시스템 납품 외엔 뚜렷한 시장의 수요가 없기에 성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기업형 통합검색엔진 시장은 코난 외에 코리아와이즈넛, 쓰리소프트, 다이퀘스트 등의 쟁쟁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인수전의 여파는 포털 재편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인수 합병 도미노를 가져올 전망이다. 3위 그룹에서 네이트와 엠파스의 결합으로 이제 남은 인수 주체는 KT의 파란만이 남았다. 파란 역시 KT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기존 빅2(네이버, 다음)와 야후코리아, SK컴즈의 네이트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아마도 KT와 야후코리아의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인수합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 놓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구글의 한국 진출에 더욱 공고하게 한국형 포털들이 수성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으로 가장 답답해진 포털이 바로 파란이다. 아마도 지금쯤 파란 수뇌부에서는 많은 고민들과 향후 진로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밖으로는 구글의 위협에 안으로는 협력자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파란은 빅4에 끼지도 못하면 향후에는 아예 포털로서 기억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남아 있는 포털이라면, 야후코리아, 파란, 드림위즈, 코리아닷컴, 구글(향후 진출 예정) 정도가 있는데, 이들간의 합종연횡은 또 하나의 뉴스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포털의 가능한 인수 합병 대상은 야후코리아-파란, 파란-드림위즈가 아닐까 싶다. 또한 코난처럼 기업형 검색엔진 솔루션 기업들의 포털로의 인수합병 사례도 발생할 것이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기술에 비해 가치를 낮게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인수는 한국 포털에 있어서 생존을 놓고 벌이는 중요 고비가 되는 사태이다. 나머지 포털들은 이제는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죽느냐라는 명제를 앞에 두게 되었다. 조만간,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을 또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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