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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금요일 Nokia의 Microsoft와의 제휴에 대해 많은 뒷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MWC가 열리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도 Nokia와 Microsoft의 모바일 분야 제휴에 대한 이슈는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Nokia CEO Stephen Elop은 MWC가 열리기 전날인 13일 일요일 저녁 바르셀로나 기자간담회에서 Android가 아닌 Windows Phone 7(WP7)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Nokia가 Android가 아닌 WP7을 전략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선택한 이유는 양강(Duopoly)보다는 3강 체제가 모바일 생태계를 위해 더 낫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Google/Nokia와 Apple의 구도보다는 Google, Apple, Nokia/Microsoft 구도가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Nokia는 이번 제휴를 통해 WP7을 라이선스하여 Microsoft에 OEM 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Nokia는 MS의 검색엔진과 광고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얻으며, 결과적으로는 내부 운영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언제 첫 WP7이 출시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올해가 끝나기 전에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함께 배석한 Nokia 부사장 Jo Harlow는, Symbian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며, 투자 비중을 점점 WP7으로 늘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MeeGo에 대한 언급은 짧았는데, 올 하반기에 첫 MeeGo 탑재폰을 내놓을 계획이며, MeeGo의 미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MeeGo는 차세대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가져갈 것이라고만 밝히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Stephen Elop이 소위 Microsoft가 Nokia로 보낸 트로이의 목마가 아닌가 하는 비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는데, 이미 Nokia 이사회는 자신의 의사와 크게 상관없이 Microsoft와의 제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Nokia는 Microsoft의 WP7를 주요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채택한 것 외에도 자사의 Ovi Map을 Microsoft가 사용할 수 있게 하고, Microsoft는 Nokia에 Bing 검색엔진 사용을 허용했다. 또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Ovi Store를 Microsoft의 Marketplace에 통합하기로 했다. 단순 플랫폼 채용 수준을 넘어서는 협력을 선언한 것이다.


Stephen Elop의 말처럼 Google, Apple의 양강 체제를 3강 체제로 만들기 위해 Microsoft 편에 섰다는 발언은 순순히 받아 들이기에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은 된다.

만일 Google Android 진영으로 뛰어들었다면, Nokia 스스로가 후발주자가 되어 삼성전자, LG전자, HTC, Motorola, Sony Ericsson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포진한 곳에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Microsoft의 WP7는 상황이 좀 다르다. 작년 말에야 시장에 출시되었고, 아직 뚜렷한 시장 강자가 없다. 또한 Microsoft는 단말기 제조사가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이 플랫폼을 가져가서 단말기를 개발하고는 있지만 Android에 주력하느라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WP7은 시장에 나왔지만 지원 단말기가 다양하지 못하고, 제조사들 역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서 점유율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Nokia가 봤을 때 만만한 상대는 Google이 아니라 Microsoft라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Android와 iOS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성능의 하드웨어 보다는 플랫폼 경쟁, 소프트웨어(App), 서비스 경쟁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2등과의 제휴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지만, 5등에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많다. Nokia가 왜 WP7을 택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양사의 제휴 당일 Nokia 내부에서는 반발이 있었다. 핀란드 공장에서는 Nokia가 Symbian을 버린데 대해 항의하는 뜻으로 일부 근로자들이 일을 중단하고 공장 밖으로 걸어서 나오는 시위를 벌였다.

핀란드 남부도시 Tampere(탐피어)시의 Nokia 공장 근로자들은 대략 3천 여명 정도인데, 이들의 절반 가량은 Symbian 관련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당장 이번 제휴 발표에서 감원에 대한 내용은 없었지만, 자신들의 운명이 Symbian과 함께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Android OS를 주력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경쟁사 Sony Ericsson은 이번 양사의 제휴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CEO Bert Nordberg(버트 노드버그)는 Nokia가 Android가 아닌 WP7를 채택하기로 한 것은 정말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Android폰을 만드는 제조사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발언이었다.


만일 Nokia가 Android폰 시장에 뛰어든다면 더욱 경쟁이 심화되고 가격 하락에 대한 압박도 커졌을 것이라며, Nokia가 WP7을 채택한 것은 자신들을 비롯한 경쟁자들에게는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Sony Ericsson은 작년에 Symbian 재단에서 탈퇴했다.

Nokia가 Microsoft의 WP7을 주요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결정함에 따라 Android, iOS, WP7로의 플랫폼 3강 체제 구축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RIM의 BlackBerry는 현재까지는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Nokia가 WP7에 주력하게 되면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
 
만일 계속해서 RIM이 시장에서 밀리는 경우, 인수한 QNX를 이용하여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시킬 여지도 충분히 있다. QNX 기반의 BlackBerry Tablet OS를 탑재한 PlayBook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장 판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기존 BlackBerry OS를 오픈 플랫폼으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WP7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제조하려던 주요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Nokia와 Microsoft의 앞날에 변수가 될 것이다. 거인 Nokia가 WP7에 주력하게 되면 주요 제조사들은 오히려 Android OS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최악의 경우 WP7 진영엔 Nokia만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Nokia의 Microsoft와의 전략적인 제휴는 2011년 스마트폰 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Nokia가 희망하듯 Android, iOS와 더불어 WP7이 3강 체제로 구축될지, 아니면 하위권으로의 추락을 가속화시킬 소재가 될지에 대한 결과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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